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등을 연출한 거장(巨匠) 이탈리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사진〉 감독이 26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77세로 숨졌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마지막 황제''1900년' '몽상가들' 등을 연출한 베르톨루치 감독은 19 60~1970년대 이탈리아 영화계의 뉴웨이브 물결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꼽힌다.
작품 활동 초창기엔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다룬 좌파 성향의 영화들로 주목받았다. 이후 성(性)과 정치의 문제를 결합, 파격적인 영상 문법을 선보이며 비토리아 데시카·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페데리코 펠리니 등과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각광받았다.
1970년 29세 때 연출한 영화 '순응자'는 "영화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 1987년 내놓은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9개 부문 상을 휩쓴 그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유일한 이탈리아 감독이기도 하다. 2007년에는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명예 황금사자상을, 2011년에는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연출한 작품 '미 앤 유'는 2012년 칸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화려한 전성기에 비해 말년은 초라했다. 2003년 디스크 수술을 받고 나선 줄곧 휠체어에서 생활했고, 최근까지 암(癌)으로 고생했다.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의 고발 대상이 되기도 했다. 대표작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 출연했던 배우 마리아 슈나이더(1952~2011)는 2007년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뷰에서 "촬영 당시 상대역과 감독에게 강간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대본에 없던 내용을 촬영 직전 강요당해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후 베르톨루치 감독은 주요 일간지 인터뷰에서 슈나이더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문제가 된 장면을 촬영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원하는 걸 얻으려면 완벽하게 자유로워져야 한다. 죄책감은 느끼지만 후회하진 않는다"고 말해 영화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