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험준한 산세가 그런 것인가! 6·25 때 월남한 함경도 원로들의 좌충우돌 인생담을 들어보면 한반도 최강의 전사들은 함경도 출신들이 많다. 약간 네모지면서 평평한 이마를 지닌 얼굴들이 함경도 사람 오리지널(?)이라고 한다.
뉴욕 맨해튼 32번가의 유명한 한국 식당 '감미옥'의 사장인 최형기(64)씨의 관상을 보니까 전형적인 전사(戰士) 얼굴이었다. 짚이는 게 있어서 윗대의 내력을 물어보았다. 함경북도 주을에서 대대로 무골(武骨) 집안이었다는 대답이 나온다. 조선시대 같으면 함경도에서 창검을 휘두르며 6진(六鎭)을 개척하고 있었을 전사가 맨해튼에서 30년이 넘게 한식당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맨해튼 바닥이 어떤 동네인가! 21세기 로마의 한복판인 만큼 살벌한 동네 아니던가.
그 틈바구니에서 유색인종이 깡으로 설렁탕집을 운영하면서 오늘날 32번가가 코리아타운으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기반을 깔았다. "지금이야말로 때가 왔어요. 미국 대도시에 한식(韓食)을 프랜차이즈로 확대시킬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입니다. 설렁탕도 햄버거처럼 보편화시킬 수 있는 겁니다." 함경도 전사의 눈빛을 반짝거리면서 하는 말이다. 음식병진(音食竝進)이다.
방탄소년단(BTS)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것은 한식도 이제 세계로 나갈 타이밍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점괘로 해석된다. 그의 사주팔자를 보니까 식신생재(食神生財) 격이다. 잘 퍼주는 성격인데, 이게 스리쿠션으로 돌고 돌아서 돈이 되는 팔자이다. 설렁탕 판 돈으로 뉴욕의 가난한 한국 예술가들에게 후원도 많이 하였다는 소문이다. 남자가 서서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의 ‘그리팅맨’ 조각상으로 유명한 유영호(53) 작가도 후원하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이 마주 보이는 맨해튼 남쪽 배터리 공원 쪽에다가 그리팅맨을 하나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계획을 들어보니까 여신상과 그리팅맨이 서로 마주 보는 구도는 한국의 음양 사상에도 부합된다. 함경도 전사가 맨해튼에서 살아남아 6진을 개척하는 씨앗을 많이 뿌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