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의 최대 파트너인 파키스탄에서 이 사업을 반대하는 반군 조직이 중국 영사관을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를 벌여 7명이 숨졌다.

파키스탄 외교부와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에서 괴한 세 명이 총을 쏘며 중국 영사관 진입을 시도하다 경비병과 교전을 벌여 건물 밖에서 모두 사살됐다. 아미르 샤이크 카라치 경찰청장은 "범인 3명이 폭발물을 가득 실은 차를 타고 왔으나 건물 방비가 두터워 영사관 내로 들어가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테러범 중 한 명은 자살 폭탄 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총격 과정에서 현지 경찰관 2명과 중국 비자를 신청하러 왔던 파키스탄인 부자(父子)가 목숨을 잃었다.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영사관의 중국 직원 21명은 모두 무사하다"고 밝혔다.

23일(현지 시각) 무장 괴한이 폭탄 테러를 시도한 파키스탄 카라치 중국 영사관 건물 인근에 있던 차량 2대가 불탄 채 방치돼 있다. 카라치시 경찰에 따르면 무장 괴한 3명은 영사관 경비병과의 교전 중에 모두 사살됐고, 괴한들이 터트린 폭탄에 경찰관 2명이 사망했다.

테러 직후 파키스탄 무장 반군 조직인 발루치스탄 해방군(BLA)이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다. BLA는 지난 8월 중국인 엔지니어 등을 태운 버스에 대한 테러 공격으로 중국인 3명이 부상당했을 때도 자신들이 배후라고 주장했던 조직이다. 이들은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오늘 공격은 우리가 한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며 "중국은 압제자이며 우리의 자원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테러를 실행한 남성 3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테러의 타깃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며, 앞으로도 이를 겨냥한 테러를 지속할 것임을 명백히 한 것이다.

파키스탄은 중국의 핵심 우방이자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최대 파트너다. 파키스탄은 전 정권 시절 중국과 46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 사업을 포함해 총 620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을 진행해 왔다. 중국에 이 사업은 해상 석유 수송로인 남중국해가 미국에 봉쇄당할 경우에 대비해 중국 내륙에서 파키스탄을 거쳐 아라비아해로 바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에너지 수송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그러나 일대일로 사업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끌어 왔다가 최근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은 상태다. 파키스탄 내에선 '중국이 파키스탄 경제난의 원인 제공자'라는 불만과 함께 중국의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출범한 임란 칸 새 정부도 일대일로 차원에서 벌여 왔던 철도사업 규모를 20억달러 감축하는 등 사업 규모를 축소할 움직임을 보여 중국과 미묘한 긴장 관계에 있다.

BLA의 근거지인 발루치스탄주는 아라비아해와 맞닿은 파키스탄 남부 지역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루트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면적이 크고 천연가스도 풍부하지만 최빈곤 지역으로 종족·종파를 내세워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무장 단체들이 암약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외교 기관에 대한 어떤 폭력 행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며 "파키스탄 측에 중국 국민과 외교 기관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이 중국의 파키스탄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 건설은 양국 평화와 번영에 중요한 사업으로 양국 국민의 폭넓은 지지 속에 질서 있게 추진되고 있다"며 "중국은 경제 회랑 건설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파키스탄과 중국의 경제적·전략적 협력에 반대하는 음모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런 사건들이 히말라야보다 더 힘세고 아라비아해보다 깊은 파키스탄·중국 관계를 절대 훼손할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