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검팀은 지난 8월 김경수 경남지사를 재판에 넘겼다. 특검이 김 지사에게 적용한 주요 혐의 중 하나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김 지사가 인터넷 댓글 조작을 한 드루킹(필명) 김동원씨에게 올해 6·13 지방선거까지 도와달라고 요구하며 그 대가로 드루킹의 측근인 도모 변호사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 자리에 앉혀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게 그 내용이다.

김 지사는 공개석상에서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지난 8월 9일 특검에 소환될 때 취재진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적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경남도청으로 출근하면서도 기자들에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와 반대되는 진술이 23일 김 지사 재판에서 공개됐다. 이날 재판에선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한모씨가 특검에서 한 진술이 담긴 피의자 신문조서(調書) 일부가 공개됐다. 한씨는 김 지사의 지시로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한 것으로 지목돼온 인사였다.

이날 공개된 일부 조서에 따르면, 한씨는 특검에서 "작년 12월 김 지사의 지시를 받고 드루킹에게 전화해 센다이 총영사직을 대신 제안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며 "(총영사직 제안은) 제 영역이 아니고 김 지사가 지시했기 때문에 말을 전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으로 (특정) 총영사 자리까지 말한 것은 김 지사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제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 지사의 지시로 드루킹에게 고위 외교직을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왜 김 지사가 드루킹의 부탁을 들어주려 했는가"라는 질문에는 "드루킹 일당이 대선 때부터 역할을 한 게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김 지사가 이들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는 무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김 지사의 또 다른 혐의인 포털사이트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와 연결된다는 관측이 많다. 김 지사는 지난 대선 전 드루킹 일당에게 킹크랩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현 여권(與圈)에 유리한 내용의 포털 사이트 기사 댓글의 인기 순위를 높이도록 조작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사실 자체를 몰랐다. 킹크랩이라는 프로그램 이름도 언론을 보고 알았다"고 해왔다. 그런데 대선 기간 그의 최측근이었던 한씨가 "드루킹 일당이 대선 때부터 역할을 한 게 있어 김 지사가 드루킹의 부탁을 들여주려 했던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