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보〉(160~173)=이 판에 백은 2시간 2분, 흑은 주어진 시간의 딱 절반인 1시간 30분을 사용했다. 바둑이 끝난 시간은 낮 12시 32분으로 다른 대부분의 바둑이 막 중반전에 돌입할 무렵이었다. 이른 종국(終局)은 ①속기파들끼리 만났을 때 ②형세가 일찌감치 결정됐을 때 ③예상 못 했던 결정적 패착이 등장했을 때 ④마지막 외길 수순을 확인하고 항복을 서둘 때 등의 경우에 나온다. 이 바둑은 ④번에 해당한다.

마무리 수순을 따라가 본다. 160, 162를 선수한 뒤 164로 끼운 것이 백의 마지막 승부수. 우상귀 흑도 아직 못 살았다고 우겨보는 수순이지만 패국을 인정할 구실을 찾는 옥쇄 과정이기도 하다. 169로 잇는 수가 언제건 권리란 것이 유일한 위안인데, 흑이 167로 호구치고 보니 자신의 안위가 더 시급해졌다.

168의 묘한 행마에 흑은 돌아보지도 않고 169로 잡아 유일한 약점을 없앴다. 이쯤 되자 적을 끊어 잡기는커녕 스스로 연결해 가기에도 숨이 가쁘다. 172로 참고도 1에 끊어 바꿔치기를 노리는 것은 10 이후 A와 B를 맞봐 흑이 자체적으로 사는 궁도가 나온다. 173이 놓이자 시바노는 꾸뻑 고개를 숙이며 패배를 인정했다. 19세 젊은이다운 싹싹한 투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