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 전이다. 패션의 거리 서울 청담동에 '어깨'들이 등장했다. 영화 속 "형님"이라 외치며 90도 각도 절을 하는 이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미셰린 타이어 로고가 길거리로 뛰쳐나온 듯, 빵빵하게 울룩불룩한 볼륨의 패딩을 걸쳐입은 이들이 거리를 채워나갔다. 굴러다니는 게 차라리 편할 것 같은 에나멜 광택의 몽클레르 패딩이 유행처럼 번지자, 너도나도 번쩍번쩍한 고가의 패딩을 경쟁처럼 입어댔다. 그 당시 청담동 중에서도 패셔니스타로 유명했던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의 의상도 당연히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업계에서 그가 선택하는 건 곧 유행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몽클레르 인기의 불을 지피는데도 분명 그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받는다. 그랬던 그가 몽클레르와 함께 유니클로 패딩도 종종 입는다는 얘기가 들렸다. 그 덕분인지 청담동에 또 유니클로 열풍이 불었다. 가성비 좋은 아이템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인기를 좌우하는 '스타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대표에게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할 외투에 대해 들었다. 지난해 한국 길거리를 뒤덮은 롱패딩 열기가 지속될 지부터 묻게 됐다.
최보윤(이하 최) : 수능 한파도 없이 지났다고 생각하는데 날이 갑자기 추워지네요. 올해도 또 롱패딩 김말이 패션이 계속될까요?
정윤기(이하 정) : 겨울이 점점 길어지잖아요. 올해도, 내년에도, 그다음에도 입을 수 있는 가성비에 품질까지 갖춘 제품은 하나쯤 마련해도 좋을 거 같아요. 롱패딩·롱코트의 열기가 식을 것 같진 않은데, 대신 색상이나 디자인이 굉장히 다양해 졌어요. 펜디가 내놓은 캡슐 컬렉션의 패딩 재킷이나 숏패딩이 대표적이죠. 노비스 같은 경우는 한국만을 위핸 셀린 라인을 선보이기도 했고요. 물론 요즘같이 경제가 팍팍한 시대에 무얼 또 사라고 말하기도 미안해지긴 하지만요
최 : 지난해 김말이 패션이라 우스운 애칭이 붙긴 했지만 검은색이나 흰색 같은 단색 외에 컬러풀한 색깔에 도전하기는 좀 어렵게 느껴져요.
정 : MSGM의 체크 다운 코트나 캐나다구스의 신제품 어프로치 라인을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에요. 빨강, 파랑 같은 원색에서 핑크, 주황같이 팝시클 색상을 보다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지죠. 어프로치 같은 경우는 에베레스트 등반할 때 눈에 잘 띄기 위해 밝은 색상을 쓴 거라고 해요. 우중충하고 우울감이 도는 회색빛 도시에 의상 하나로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어떤 의미의 '소확행'이 아닐까요?
최 : 겨울이면 자꾸 살이 찌는 거 같아 어두운 색만 손에 갔는데, 오히려 펑키한 감각이 돋보일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때가 탈까 봐 걱정도 돼요. 비싸게 주고 샀는데 몇번 입고 장롱 속에서 또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건 왠지 억울할 것 같거든요.
정 : 요즘 소비자들을 보면 온·오프라인 가격에서부터 제조사나 크고 작은 디테일 차이까지 꼼꼼하게 비교해서 구매하시더라고요. 요즘엔 유통채널도 다양화되고, 온라인으로 실시간 해외 가격 정보까지 비교할 수 있으니 말이죠. 옛날처럼 '비싸면 잘 팔린다'는 얘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거 같아요.
최 : '호갱님' 시대와는 점점 이별할 수 있겠군요!
정 : 헤드가 CJ오쇼핑의 셀렙샵과 손잡고 선보이는 '선미 롱다운'이 좋은 예이죠. 구스다운 솜털이 80% 이상 충전재로 들어가 고품질 프리미엄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에요. 코오롱스포츠의 안타티카도 우주항공 소재를 이용해 보온성을 강화했지요.
최 : 이번 시즌엔 지갑 좀 단속해보려고 했는데…. 이게 다 '소확행'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