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0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류를 챙겨 일어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0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한·미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한 '워킹그룹'을 언급하며 "한·미가 나란히 가야 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상 한국 측에 남북 관계 속도 조절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 관계 과속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있었다. 작년 7월 한국 정부는 남북 군사당국·적십자 회담을 월요일(17일)에 발표하면서 직전 주말에 미국 정부에 알렸다. 미국이 사전 검토할 시간이 없도록 일방 통보한 것이다.

이 같은 불협화음은 올 들어 남북 관계 해빙과 함께 더욱 불거졌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9월 남북 군사 합의에서 군사분계선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 데 대해 격노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큰 소리로 항의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달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열 때도 각종 자재와 유류 반입이 대북 제재 위반이라는 우려가 컸었다. 지난 8월 말엔 남북은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열차를 시범 운행하며 북쪽의 철도 구간을 공동 점검하려 했지만 군사분계선을 관할하는 유엔사가 막아 이를 무산시켰다. 이달 초 청와대가 북한에 제주산 귤 200t을 보낼 때도 미국과 충분히 상의하지 않았다고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 대사는 최근 밝혔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지난달 "철도와 도로 연결 등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경협을 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한국이 어떤 사업을 언제 할 것인지 그 목록과 구체적인 시간표를 사전에 제시하고, 제재 위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이날 1차 회의를 가진 한·미 워킹그룹 회의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각각 수석 대표를 맡았다. 워킹그룹에는 미 재무부 측 인사도 참여해 경협 과정에서 제재 위반 여부도 들여다보게 된다. 이도훈 본부장은 이날 1차 회의 후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 측이 남북 철도 조사 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strong support)를 확인해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