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민 눈높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고 있다. 민의(民意)를 등에 업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때로는 청와대 편의에 따라 ‘눈높이'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고무줄 같은 모습도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일 최근 논란이 된 사립유치원 비리, 학사 비리, 채용 비리 등 ‘생활 적폐' 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제도와 정책이 미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을 재검토했는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보험료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쓰는 ‘국민 눈높이’는 구체적 근거가 없아 청와대 편의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지난 2일 청와대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명 강행 이유를 설명할 때 "국민들의 눈높이에 비춰 결정적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야당은 위장전입 및 피감기관 건물 입주 등의 의혹 등을 이유로 유 부총리를 임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유 부총리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었다.
당시에도 청와대의 ‘국민 눈높이' 기준이 고무줄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회에서 야당이 유 부총리 임명을 반대하면서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을 민의(民意)가 아니라고 한다면 도대체 누가 어떤 방식으로 민의를 대변할 수 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 대변인은 이에 "현재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에서 야당이 반대한다고 그게 일반 국민의 여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