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황의조(26·감바 오사카)와 석현준(27·스타드 드 랭스)이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 한 자리를 놓고 '소리 없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연달아 열리는 국가대표팀 평가전(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이 운명의 무대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은 UAE 아시안컵(내년 1월 예정) 엔트리 확정 전 마지막인 이번 A매치 두 경기를 통해 주전 선수를 결정할 전망이다. '원 톱' 공격수로는 황의조와 석현준 중 한 명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호주서 '소리 없는 원톱 전쟁'

벤투 감독은 지난 8월 부임 이후 최전방에 스트라이커를 한 명만 두는 전술을 써왔다. 그는 한 번 마음을 정하면 선발 명단을 거의 바꾸지 않는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 등은 한 경기에 여러 명이 뛰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출전 기회를 자주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최전방 공격수는 일단 후보로 밀리고 나면 다시 감독의 신임을 받기가 어렵다.

애초 가장 먼저 낙점받았던 원톱 공격수는 지동원(27·아우크스부르크)이었다. 그는 벤투 감독 데뷔 경기였던 9월 코스타리카전(2대0승)에 선발 출전해 호평을 받았지만, 이후 소속팀 경기에서 골 세리머니를 하다 무릎을 다쳐 계속 결장하고 있다. 지동원이 빠지고 나선 황의조와 석현준이 시험대에 올랐다. 벤투 감독은 지난 10월 A매치에 이어 이번 호주 원정에서도 포워드로 황의조와 석현준만 소집했다. 둘을 테스트한 다음 한 명을 선택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침투형 대 공중 장악형

같은 목표를 놓고 경쟁하는 두 선수의 스타일은 대조적이다. 몸이 호리호리한 황의조는 오프사이드 라인을 뚫거나 수비 뒤로 빠져 들어가는 움직임이 강점이다. 위치 선정이 뛰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슈팅을 많이 때린다. 예전엔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경우를 비롯해 손쉽게 득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놓쳐 비판받곤 했다. 올해는 달라졌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7경기 9골)과 J리그(27경기 16골)에서 무서운 골 감각을 뽐내고 있다.

체격(190㎝, 83㎏)이 좋은 석현준은 공중볼을 잘 따내고,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즐긴다. 최전방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찬스를 내주는 역할도 돋보인다. 네덜란드, 프랑스 등 6개국 11개 팀을 거치며 익힌 선진 축구 경험은 그만의 자산이다. 체구가 크다 보니 활동 반경이 좁고, 경기 중 수비 진영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약점이 있다.

현재 대표팀 스트라이커 경쟁에선 황의조가 석현준보다 약간 앞서가는 형국이다. 황의조는 10월 우루과이전(2대1승)에, 석현준은 파나마전(2대2무)에 선발로 출전했다. 황의조는 우루과이전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며, 손흥민의 실축을 선제골로 마무리했다. 당시 황의조와 교체돼 들어간 석현준은 강력한 헤딩으로 정우영의 결승골을 도왔다. 파나마전에선 석현준이 별다른 성과 없이 물러난 다음 투입된 황의조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호평을 받았다.

호주와 우즈베키스탄 수비수들은 유럽 선수처럼 체격이 크고 거칠다. 황의조의 골 결정력과 석현준의 기회 창출 플레이가 어떻게 빛을 낼지 살펴봐야 한다. 호주전은 17일 오후 5시 50분(한국 시각)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