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5일 삼성·현대차 등 15개 대기업 임원진을 불러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요구했다. 농어촌협력기금은 정부가 지난 2015년 한·중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면서 농민 반발을 우려해 2017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총 1조원을 기업으로부터 기부받아 농어촌 개선 사업에 쓰기로 한 돈이다. 국회는 지난 국감 때도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5곳 임원을 불러 출연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국회 내부에서조차 "대놓고 기업 팔 비틀기를 하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GS·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KT·두산·한진·CJ·LS 등 15개 기업의 사장 또는 부사장·전무가 출석했다. 경제 단체 임원들도 불려 나왔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기업들이 정말 기꺼이 참여해 기쁜 마음으로 (기금 조성이) 이행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국회) 호출을 받고 왔다"며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15일 국회에서 ‘FTA 이행에 따른 농어촌과 민간기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여야 의원들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등은 이날 삼성, 현대차 등 15곳 대기업 임원진에게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요구해 ‘기업 팔 비틀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황주홍 농해수위 위원장은 "일각에서 부정적 이야기도 있지만 명확히 해야 할 것은 (기부금 출연을 명시한) 법치의 연장에서 이런 간담회가 열린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2016년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기금은) 민간 기업과 농어촌의 상생 촉진을 위한 것'이라며 '기금은 정부 외의 자(者)의 출연금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 제정 때부터 정치권이 FTA에 따른 부담을 기업에 미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기금 출연 요구는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기금 출연은) 여야와 기업이 사회 공감대 속에 했던 약속"이라고 했다.

올해까지 2000억원이 확보됐어야 할 농어촌협력기금은 현재 505억원만 걷혔다. 93% 이상이 공기업 출연금이다. 1억원 이상 출연한 사기업은 현대차 4억원, 롯데 2억원 정도다. 지난 정부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 총수들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사기업들은 기금 출연을 꺼려 왔다. 이와 관련,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기업 입장에서 볼 때는 (재단에) 출연했다고 해서 재판정에 세우는 상황" 이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재판정에 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드리겠으니 농촌과 함께 간다는 생각을 가져달라"고 했다.

그러나 농해수위 소속이 아닌 다른 의원들 사이에선 이 같은 기업 압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대놓고 돈 내라고 위협한 건 권력형 앵벌이 수준"이라고 했다. 한국당 관계자도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문제라고 앞뒤 안 보고 기업인들을 소환한 것"이라고 했다.

재계에선 "기업을 또 권력의 들러리로 세우려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치권의 출연금 요청이 사실상 세금 징수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출연금을 낸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해야 할지 고민이다. FTA로 어느 정도의 혜택을 받았는지 정확히 측정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출연금을 내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사들도 나중에 법적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선뜻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