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12월 8일 저녁, 뉴욕 센트럴파크 부근 고급 아파트에 살던 비틀스의 전 멤버 존 레넌이 한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즉사했다. 25세 청년이 아내 오노 요코와 아들 숀과 함께 아파트로 들어서던 존 레넌의 가슴팍에 총탄 네 발을 쏘았다. 현장에서 경찰이 올 때까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있던 범인 채프먼은 자기가 그 소설 속 주인공이라고 횡설수설을 했다.
J.D. 샐린저(1919~2010)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에 나왔다. '뉴요커'에 보낸 작품이 번번이 거절당하던 문학청년은 거짓과 위선 속에서 순수를 지키려는 홀든 콜필드의 방황을 날것의 입말로 토해낸 그 소설로 단박에 유명해졌다.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청년들은 열광을 했다. 그것은 전쟁 영웅이자 실패한 연인이고, 은둔 작가에겐 영광이자 덫이었다.
샐린저는 축산물 수입업을 하는 아버지 덕에 부유한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고등학교 시절 퇴학을 당하며 방황을 했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창작 강좌를 듣던 작가 지망생 샐린저는 일본군이 진주만을 폭격하자 자발적으로 입대해 보병대의 하사관으로 연합군의 노르망디 작전에 투입됐다. 무의미한 살육이 자행되는 전쟁이 그를 바꿔놓았다.
단편 '에스메를 위하여'는 그 전쟁 경험을 토대로 삼은 작품이다.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 X 하사관은 영국의 주둔지에서 우연히 합창 연습을 하는 소녀 에스메를 만난다. 에스메는 전쟁 뒤 트라우마를 앓던 X 하사관에게 편지와 함께 아버지의 유품인 시계를 보낸다. 배송 중 파손된 시계는 망가져 버린 주인공 자신의 내면을 상징한다.
1965년경 샐린저는 대중의 관심과 시선을 피해 은둔 작가로 살았다. 그는 시골에서 유기농 채소를 재배해 먹고, 동양 종교와 명상에 빠져 은둔의 삶을 이어갔다. 농가의 헛간을 개조한 집필실에서 소설을 썼지만 단 한 편도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 2010년 1월 28일, 샐린저가 죽은 뒤 그의 금고에 그간 쓴 소설들이 쌓여 있을 거라는 추측만 무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