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논산 여교사 사건’이 아니라 ‘논산 OO고 사건’입니다. 친구로부터 ‘네 부인이 학생과 사귄다더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학교에 전화했더니 ‘그런 일은 없다’더군요. 지역사회에 소문이 다 날 정도인데, 학교만 몰랐다니요. 은폐를 시도한 겁니다."

지난 13일 충남 논산시 마을 전경.

14일 ‘남편’ 김영호(가명·41)씨는 논산에 찾아간 기자를 만나주지 않았다. 다만 3~4차례에 걸친 전화통화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보건교사로 재직했던 아내가 제자와 외도했다는 소문을 접한 그는 학교 측에 진위여부를 묻는 ‘내용증명’도 두 번이나 보냈다. 그러나 "우리는 몰랐다"는 간략한 답변만 한 차례 돌아왔다.

결국 영호씨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불륜 당사자인 A(20)씨를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A씨는 "죄송하다"고 했다. 그가 보여준 모바일 메신저에는 아내와 나눈 은밀한 대화가 남아 있었다. "약국 가서 임신테스트기 사놔. 어쩐지 아기 갖고 싶더라. 결혼하자." 아내가 보낸 것이었다.

지역사회에서 떠돌던 소문은 기사화됐다. ‘논산 여교사 사건’은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영호씨는 이혼을 결심했다. 12년 부부생활도 이렇게 끝이 났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직 어린 두 딸이 있다.

고교 측에 따르면 아내 이화영(가명·36)씨는 지난해 3월 기간제 교사로 계약했다. 이로부터 두 달 만에 부부는 별거했다. 이씨가 일방적으로 ‘이혼 통보’를 하고 나갔다는 것이 남편의 주장이다. 이때까지 영호씨는 갑작스러운 별거의 이유를 몰랐다고 했다. 그는 "아내가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주말에 굳이 학교에 나가더니 내 전화는 착신금지 시키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고교에서 이씨는 ‘친절하고 인기 많은 여선생님’으로 통했다. 학교 관계자 얘기다.

"전임 보건교사가 군인 출신으로 딱딱한 성격이라서 아이들이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이씨는 퇴근 시간도 늦춰가며 아이들을 따뜻하게 돌봐줬습니다. 기숙형 학교라 한 달에 500여명 학생들이 보건실을 찾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씨는 학생들에게 "집에서 행복하지 않다" "이혼하려 한다"는 등의 사적인 이야기도 자주 털어놨다고 한다.

이 해에 우울증·공황장애 증상으로 휴학했던 A씨가 3학년으로 복학했다. 그는 휴학하기 직전에도 30대 여성 담임교사에게 "하교 후에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이성적으로 집착했었다는 것이 학교 구성원들의 증언이다. "A씨는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주는 다른 여선생님에게 '집착' 증세를 보인 적이 있습니다. 3학년 들어서 증세가 더 심해졌습니다."
동급생보다 한 살이 더 많았던 그는 복학 이후에도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보건교사 이씨와 복학생 A씨는 지난해 1학기 무렵부터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말을 빌리자면 두 사람은 ‘사귀는 사이’였고, 성적인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A씨는 복학 넉 달 만인 지난해 4월 자퇴했다. 학교 측에는 "우울증이 심해져서 더 다닐 수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자퇴 이후에도 한동안 연인관계를 유지했지만, 점차 보건교사 이씨가 A씨에게 거리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만나주는 않는다"는 이유로 A씨가 지난 4월 이씨의 집으로 찾아가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별거 중인 남편 영호씨는 집에 없었다. 학교 측은 폭행 사건을 인지했다. 이씨는 학교에 사직서를 냈다.

교사와 제자의 ‘불륜 스토리’에 제3자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보건교사 이씨가 A씨와 사이가 멀어진 데는 또 다른 제자 B(19)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다.

B군이 ‘복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라는 점을 들어 아내를 협박, 성적인 대가를 요구했다는 것이 영호씨 주장이다. 비밀을 지켜주겠으니 성관계하자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실제 B군은 보건교사 이씨에게 반말이 섞인 "사랑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 영호씨는 "B군에게 전화해서 이 사실을 추궁하니 ‘선생님과 사귀어서 죄송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이씨는 두 명의 제자와 ‘삼각관계’를 형성한 셈이 된다.

B군 측은 성관계했다는 점은 물론, 교제 사실 자체도 부인하고 있다. B군은 단지보건교사가 자신에게 ‘A가 나를 스토킹하고 있다. 좀 떼어내 달라’는 이야기를 들어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B군 어머니는 "아들이 평소 남자 동성 친구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메시지로 습관처럼 사용한다"며 "아들의 살가운 성격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B군은 올해 초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교사의 전 남편과 B군은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영호씨는 B군에게 가정파탄 책임을 물으며 30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B군도 이날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영호씨를 고소할 예정이다.

전 남편은 A군에 대해서는 별도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자신에게 순순히 ‘과거’를 고백하고, 사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