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제정한 제9회 위국헌신상 시상식이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렸다. 이날 수상자 15명 중 9명은 참석하지 못했다. 위국헌신상 특별상을 받은 해병대 헬리콥터 마린온 추락사고 순직자 5명과 부상자 1명, K-9 자주포 폭발 사고로 순직한 3명이었다. 대신 참석한 그 유족과 가족들에게 "축하드린다"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분위기였다.
연단에 오른 유가족들은 눈물을 보일까 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시상을 한 정경두 국방장관은 애도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시상식 사회자가 "고인에 대해 경의를 표해 주시고, 유가족들에게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하자 참석자 200여명의 잔잔한 박수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순직자의 전우들은 박수 소리에 숨죽여 울기도 했다.
마린온 사고 순직자인 고(故) 노동환 중령의 아내 양진희(35)씨는 두 아들(3·4세)과 함께 시상식에 왔다. 양씨는 "아버지가 큰 상을 받는다는 걸 보여주려고 함께 참석했다"며 "본인이 군복 입고 이 자리에 와서 수상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이라고 했다.
고 김정일 대령은 해병대 마린온 교관 조종사이자 시험비행조종사로 활약했다. 김 대령의 아내 양태경(44)씨는 "남편은 편한 길 대신 어려운 길을 스스로 선택하면서 항상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남편의 희생이 더 안전한 해병대 항공단 창설의 토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K-9 사고 순직자인 고 정수연 육군 상병의 누나 정수경(26)씨는 "이곳에 오니 우리 동생처럼 나라를 지키는 사람을 많이 만나서 좋았다"며 "지금도 동생 같은 군인들이 나라를 지키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처우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 이태균 상사의 아내 정주리(29)씨는 "나라를 지키다 목숨 바친 남편을 계속 기억해 달라"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선 특별상 외에 9공수특전여단 강경훈 육군 중령 등 5명이 본상을 받았다. 강 중령은 2002년 8월 태풍 '루사' 대민지원, 2004년 3월 경부고속도로 폭설 구조활동, 작년 4월 경기도 이천시 산불 진화 등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구호활동, 대민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이재희 육군 소령은 2014년 8월 유엔 남수단임무단(UNMISS) 일원으로 아프리카 남수단에 파병을 갔다. 유엔기지 인근에서 정부군과 반군 사이 교전이 발생했을 때 정부군 소속 환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후송했다.
정용희 해군 상사는 심해 잠수사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구조작전을 펼치고, 2012년 북한 장거리로켓(은하 3호) 인양 작전에 투입돼 조류가 심한 서해 상에서 10회 이상 수중 작업을 실시하며 미사일 산화통 등을 인양했다.
공군 기동정찰사령부에 근무하는 권희진 중령은 2002년 6월 제2차 연평해전 당시 발생한 사상자를 신속하게 후송해 추가 인명 피해를 막았다.
조성호 중령은 2016년 GOP(최전방 소초) 대대장 근무 당시 트랙터가 대전차 지뢰를 밟는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직접 부하를 구출했다. 조 중령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근무하고 있는 전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한미동맹상을 받은 미 7공군사령부 소속 스캇 W. 럼프킨 원사는 "한국에서 근무한 12년 중 오늘이 제일 기쁜 날"이라고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축사에서 "오늘 수상한 군인들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온 영웅이자 의인"이라며 "안보 대전환기에 평화로 가는 중대한 계기를 맞게 된 것은 오늘 수상자들과 같은 영웅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인사말에서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서라도 강한 국방력은 필수"라며 위국헌신상 수상자와 가족, 순직자 유족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