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달호 '매일 갑니다, 편의점' 저자

군고구마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한 달 전 이 지면을 통해 "올겨울엔 군고구마 한번 팔아볼까" 하는 글을 썼고, 곧장 군고구마 조리기를 보내달라 본사에 요청했다. 그랬더니 담당자의 답변, "휴게음식업 허가증을 보여주세요." 어머나, 그것을 몰랐구나!

편의점에서 군밤, 군고구마를 팔거나 치킨, 어묵 등 '조리하는' 식품을 팔려면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카페나 분식점을 창업할 때와 똑같다. 보건소에 가서 신체검사 받고 보건증을 취득한 다음,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 등에서 실시하는 6시간짜리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식품위생법, 식중독 관리, 원산지 표시는 물론이고 세무, 노무, 안전 관리까지 교육 내용에 포함된다.

휴게음식업 허가뿐인가. 매출의 절반가량을 담배가 차지하니 편의점을 하려면 일단 담배소매인 지정부터 받아야 하고, 술을 팔아야 하니 주류 판매 허가가 있어야 한다. 커피머신을 설치해 원두커피를 팔고 싶다면 자판기 판매 허가가 있어야 하고, 기능성 음료를 팔려면 건강기능식품 판매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열제를 비롯한 안전 상비약은 아무나 팔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이란 사실을 증명하고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쳐 역시 취급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편의점 점주가 의료기기 판매 허가까지 갖고 있다고 하면 깜짝 놀라는 사람이 많다. 병원 구내 편의점도 아닌데 왜 그러냐고? 결정적으로 하나의 품목 때문에 그랬다. 바로 임신 테스트기! 재작년까지만 해도 그것을 팔기 위해서는 허가가 필요했다.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위해 만들어진 허가와 신고 절차이겠지만, 가끔은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세상에 쉽게 돈 버는 일이 어디 있겠나. 오늘 나는 카운터 옆에 허가증을 떡 걸어놓고 군고구마 조리기를 열심히 청소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