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코스나 선수 기량 최고...실력 쌓아 다시 오겠다"

빠린다 포칸이 인터뷰 중 웃고 있다. 그는 “최근 태국 골프의 발전 뒤에는 싱하맥주의 지원이 있다”고 했다.

태국의 빠린다 포칸(22)은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1년 경험했다. 외국 선수 특별 추천과 스폰서 초청 등을 통해 9개 대회에 참가했다. 우승 등을 통해 KLPGA 투어 시드를 얻겠다는 ‘코리언 드림’은 이루지 못했다.

지난주 시즌 최종전이었던 ADT캡스 챔피언십 기간 중 만난 포칸은 "그래도 한국에서의 1년은 내 골프 인생에서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력을 더 쌓아 꼭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국산 골프볼 제조업체 볼빅의 후원을 받는 포칸은 세계 1위 에리야 쭈타누깐을 비롯해 최근 태국 여자골프가 두각을 나타내는 비결 중 하나로 싱하맥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꼽았다. 그 역시 13세부터 싱하맥주의 지원을 받았다고 했다.

Q. 올해 한국에서 1년을 뛰었다. 어땠나.
"처음 왔을 때는 엄청 떨렸다. 지금은 다 적응했다. 한국은 코스 세팅도 완벽하고 선수들의 실력도 뛰어나다. 베스트다. 한국에서 뛴 경험이 내 골프 인생에서는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Q. 아쉬웠던 점은 없나.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아직까지 한국은 내가 뛰기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수준이 높다. 올해 일본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해 본 뒤 나중에 실력을 더 쌓아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싶다."

태국 골프 국가대표(2014~2016년) 출신의 포칸은 지난해 태국여자프로골프(TLPGA) 투어 상금 1위에 오르고, 지난 9월에는 태국 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타일랜드 마스터스 정상에도 올랐다. 하지만 9차례 출전한 KLPGA 대회에서는 컷 통과가 5회에 그쳤다.

그렇지만 베트남에서 열린 효성챔피언십 2라운드 때는 코스레코드(7언더파 65타)를 세우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어 공동 5위에 오르는 등 가능성을 확인했다. 볼빅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효성챔피언십 때의 활약 덕분이다. 문경안 볼빅 회장이 그의 장래성을 보고 후원을 결정했다.

Q. 에리야-모리야 쭈타누깐을 비롯해 요즘 세계적으로 태국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많은 태국 선수들이 미국이나 해외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PGA 투어에도 올해 태국 선수가 처음으로 진출했다. 그들 뒤에는 싱하맥주와 SCG그룹이 있다. 특히 싱하맥주는 많은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50명이 훨씬 넘는다."

Q. 싱하맥주가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주나.
"싱하맥주는 태국 골프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여자 대회의 경우 1년에 10개가 열리는데 싱하맥주가 매 대회 스폰서로 참여한다. 선수 등급 별로 차이는 있지만 외국 퀄리파잉에 응시하면 항공료 등 경비도 지원해 준다. 싱하맥주가 지원하는 선수들은 또한 싱하가 소유한 4곳의 골프장에서 무료로 라운드를 할 수 있다."

태국 투어는 사실상 ‘싱하 투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자의 경우 10개 대회 중 ‘싱하-SAT 타일랜드 챔피언십’이 8개다. 대회명 앞에 몇 회인지만 붙을 뿐이다. 남자 대회는 올해 8개가 열렸는데 모두 싱하맥주가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했다. 웬만한 태국 선수들의 모자나 가슴에는 싱하맥주 로고가 있다. 이런 노력들이 어우러져 유럽과 아시안 투어에서 활약하던 키라덱 아피반랏은 태국 선수로는 최초로 올해 PGA 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Q. 본인도 싱하맥주로부터 도움을 받았나.
"13세 때부터 지금까지 싱하맥주의 지원을 받고 있다. 물론 현재 가장 큰 스폰서는 볼빅이다."

포칸의 고향은 방콕에서 자동차로 6시간 정도 떨어진 콘캔이다. 그곳엔 싱하맥주 공장과 싱하콘캔 골프장이 있다. 10세부터 골프를 시작한 포칸은 "집에서 골프장까지는 자동차로 5분 거리다. 주니어 시절부터 그곳에서 무료로 라운드를 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 골프백을 메준 포칸의 아버지 역시 싱하맥주에 근무하고 있다.


Q. SCG그룹은 어떤가.
"SCG그룹은 내가 알기론 딱 4명만 지원해 주고 있다. 에리야와 모리야, 그리고 2명의 주니어 선수다. 선수 숫자는 적지만 그들 4명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는 걸로 알고 있다."

Q. 한국에는 박세리의 영향을 보고 골프에 입문한 '세리 키즈'가 있다. 태국에도 에리야의 영향으로 주니어 골퍼들이 늘고 있나.
"내가 생각에는 아니다. 태국의 모든 사람들이 에리야를 알고 있고, 그들 자매가 주니어 골퍼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주니어 골퍼 숫자가 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줄고 있다는 느낌이다."

Q. 한국에서는 그 반대로 알고 있었다. 의외다. 이유는 뭔가.
"확실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르지만 태국에서 골프는 비싼 운동이고, 그리 인기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태국은 또한 매우 덥다. 요즘 어린 세대들은 얼굴 타는 것도 싫어한다. 게다가 골프선수로 성공을 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니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내 또래인 21~23세 사이가 가장 많은 것 같다."

Q. 앞으로 골프 선수로서의 꿈은 뭔가.
"나도 에리야나 모리야처럼 성공하고 싶다. 과거에는 미국에 진출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일본이나 한국에서 뛰었으면 한다. 지금은 한국에서 뛸 실력이 안 돼 일본에 도전하지만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매년 시드를 유지하면서 선수 생활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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