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담당 국장과 과장은 사무실과 모처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도 제출했다. 발단은 당일 아침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한 보도였다. 원래는 오는 15일 공청회에서 개편안을 공개할 계획이었는데, 6일 일부 언론이 '보도 자제' 협약을 받아들이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왜 공무원들은 감찰을 받았을까. '자료 유출 경위' 확인이 외형상 이유였지만, 눈치 없이 보험료율을 높이는 '인기 없는 정책'을 만든 벌(罰)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한 언론 보도 이후 "정부는 맨날 국민연금·건강보험 보험료 등 돈 더 뜯어갈 생각만 하느냐"는 불만이 나왔다. 7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질책했다.
여러 부처 공무원들에게 "이런 일로 청와대까지 나서기도 하느냐"고 물었다. 일부 공무원은 "간혹 기획재정부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부처에선 그런 일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 공무원은 "국민연금 개편안 유출이 부처 감사관실이나 국무조정실도 아닌 청와대까지 나설 일인가는 의문"이라고 했다.
물론 보안 유지가 중요한 분야가 있다. 2016년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이 그랬다. 공항 건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발표 당일 아침까지 '발표 시점'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발표 전날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기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국토부 장관부터 주무관까지 보고 라인에 있는 공무원에게 무수히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미안하다"뿐이었다.
나중에 이들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발표 날짜도 안 알려주냐. 섭섭했다"고 했다. 그러자 담당 국장은 "입지 관련해 뭐라도 언론에 나가면 우리 모두 사표를 써야 할 처지였다"고 말했다. 미리 언론 보도가 나가면 "정부가 정보를 흘려 특정 지역을 밀어준다"며 다른 지자체들이 '불복 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컸다. 공항 입지가 알려지면 후보지나 그 인근에 시세 차익을 노리고 땅을 사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었다. 사회적 갈등·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누군가 부당한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면 정부의 '보안 유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다고 해서 누군가 부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중교통 요금이나 세금 인상처럼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마냥 반길 국민은 없다. 미래 세대를 위해 정부가 언론을 통해 국민을 설득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데도 자료 유출 경위를 따져 묻겠다며 담당자들을 감찰하는 것은 '인기 없는 개편안'을 만든 데 대한 '화풀이'로밖에 비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