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전문 변호사가 홍보위해 제작
검증안된 내용, 개인정보도 수두룩
"불륜 아닌데 까발려져 회사 휴직"
잇따른 진정에 서울변회, 조사 착수

[현재 소송 준비중] **O
나이 : 7O.OO.OO 직업 : OOOO 팀장
카톡을 보냈음에도 불륜을 인정하지 않고 뻔뻔스럽게 대응하는 악질X

[판결완료(화해,조정)] O**
나이 : 8O.OO.OO 직업 : 촬영,편집기사
OO아빠야. 내가 처음에 알았을때 멈췄어야지. 내가 그X 만나서 각서 받을때 멈췄어야지… 이혼하고 그X과 같은 직장에서 여전히 밀회를 즐기니 좋으니.

‘불륜남녀의 이름과 직업을 공개한다’는 인터넷 ‘카페’가 등장했다. 회원수만 3만8000여명에 이르고, 전국 남·여 1060여명의 신상정보가 올라와 있다. 이들의 직장이나 집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도 제공 중이다. 이른바 ‘불륜지도’까지 만들 예정이다. 카페 개설자는 ‘법률사무소’다. 변호사들이 개인정보를 까발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구글 맵 기반으로 만들어진 ‘불륜지도’를 확대하면 특정인이 어디 있는지 나타나있다. 이름을 일부 가리고, 사진도 모자이크 처리하지만 나이와 직업은 구체적으로 표기돼 있다.

◇변호사들이 주도하는 '불륜남녀 신상 공개'
구글맵 기반으로 만들어진 불륜지도는 카페에 가입한 회원들이 자신이 아는 불륜남과 불륜녀의 나이와 직업, 얼굴사진, 집이나 직장 주소 등을 등록하는 방식이다. 이름과 사진 등 일부를 가린 채 일정 등급 이상의 회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도록 돼 있다. 소송 준비중, 소송중, 조정중, 판결완료 등 현재의 소송 과정이나 피해사례, 상간(相姦) 남녀에 대한 비방과 욕설 등도 담겨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이나 검증 과정을 얼마나 거쳤는지는 알 수 없다.

지도에는 각 시·군·구별로 ‘불륜남녀’의 숫자가 나타나고, 클릭하면 상세한 내용이 뜬다. 경기인천지역에 등록된 40대 여성의 경우, 이름의 가운데 글자와 출생연도, ‘OO고 보건교사’라는 직업이 공개돼 있고, "8~9년 동안이나 바람을 피우면서 멀쩡히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 붙어있다. 역시 이름 일부와 나이가 공개돼 있는 서울의 30대 여성은 직업란에 A유통회사 내 소속팀까지 적어놓고 ‘친한 동료사이인 것처럼 속이고 있는 사내커플’이라고 돼 있다.

‘불륜지도’에는 전국 1060여명의 정보가 올라가 있고, 8일 기준 서울에만 185명, 경기도에 306명이 등록돼 있다.

이 카페 운영자는 불륜지도 서비스를 소개하는 글에서 "제3자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을지라도 상간자와 유책 배우자들은 본인들이 등록됐음을 알 수 있다"면서 "불륜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남편이 항상 드나든다면 그 근처에 있는 회원들이 (남편의) 차량이 있는지 없는지만 알려줘도 (피해를 입은) 회원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명예훼손 등 법에 걸리지 않도록 제작됐으니 안심하고 X놈, X년들을 등록해도 된다. 만약 위험성이 있으면 살짝 그 근처 주소로 변경하기 때문에 X놈들과 X년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 카페 측은 ‘불륜지도’ 서비스를 특허 출원했다고 홍보 중이다.

불륜지도에 등록된 정보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불명확하다. 카페를 운영중인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홍보 차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일 뿐"이라며 "회원들이 올리는 상간남녀의 정보는 실제와 다르게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명예훼손죄가 되려면 어떤 사람의 인적사항이 어느 정도 특정이 되거나 추정돼야 한다"며 "부정행위를 한 본인은 알아볼 수 있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지도에 나온 사람이 누군지 전혀 알아볼 수 없다"고 했다.

이 카페는 서울의 한 이혼소송 전문 법률사무소가 2015년부터 홍보를 위해 운영 중이다. 당초에는 법률상담, 불륜 피해 사례 등을 나누는 게시판 위주로 운영되다가 작년 11월부터는 ‘불륜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 개인정보 유출, 2차 피해까지
하지만 이를 두고 적잖은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20대 후반의 여성 B씨는 지난 여름 불륜지도에 자신의 정보가 올라왔다. 잠시 만났던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헤어졌는데, 이 사실과 함께 집 주소, 출신학교, 직장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이후 직장에서 "OO동에 살지 않느냐", "OO대 OO과 나오지 않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B씨는 심리적 압박감에 최근 직장에 휴직계를 냈다.

B씨는 자신의 정보를 올린 남자의 부인을 상대로 게시물 삭제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 결정이 나기 전 불륜지도에서 B씨 관련 정보는 삭제됐다. B씨 측은 "유부남에게 속아 피해를 입은데다 이 카페를 통해 심각한 2차 피해까지 입은 것"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에는 불륜지도 서비스와 관련해 여러 건의 진정이 접수돼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상담과 자문을 하면서 불법을 조장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정식으로 조사위원회에 회부돼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동 한 변호사는 "(정보를) 올린 사람도 문제지만, 변호사와 법률사무소가 이런 지도를 만들어 개인정보가 유출되도록 조장한다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며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보호법, 명예훼손 등 여러 법률 위반 소지가 있으며, 무엇보다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