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명 사상자가 발생한 종로 고시원 화재 원인으로 ‘전열기’가 지목됐다. 9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고시원 301호 전열기에서 최초 불길이 발생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면서 "현재로선 방화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차 현장감식을 진행한 경찰은 고시원 301호를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했다. 301호 거주자 A(72)씨는 "전열기에서 불이 나는 것을 목격했다"며 "옷가지·이불로 끄려고 했지만, 불이 주변으로 순식간에 번졌다"고 진술했다.경찰은 "A씨 과실로 불을 낸 사실이 인정되면 실화(失火) 혐의로 입건할 수 있다"고 했다.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고시원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가 화재감식을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불이 번지자, 다른 방에 사는 입주자 B씨와 함께 불을 끄려고 했다. 당시 B씨가 소화기를 가져와 소화액을 뿌렸지만 화재를 진압하지 못했다. A씨는 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301호는 출입구 근처에 위치해 있다. 이로 인해 3층 출입구가 불길로 막히면서 피해가 컸다는 것이 소방당국 분석이다. 입주자 일부는 3층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다 허리를 다치기도 했다.

9일 오전 발생한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 초기 상황(위쪽 사진)과 발화 추정 지점(아래쪽 사진).

숨진 장모(72)씨 등 7명은 모두 남성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가운데 한 명은 일본 국적의 오타(52)씨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으로 일시적으로 관광차 입국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사망자들의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이번 화재로 건물 3층·옥탑방에 살던 조모(57)씨 등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10명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소방당국, 관계기관과 함께 오는 10일 오전 10시부터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