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입건된 서울 숙명여고 전직 교무부장 현모(53)씨가 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현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0시 18분쯤 정장 차림으로 법원에 나타난 현씨는 "법정에서 말하겠다"고 짤막하게 한마디 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딸 휴대전화에서 시험답안이 나왔다’ ‘갑자기 컴퓨터를 다른 것으로 교체한 까닭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현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숙명여고 쌍둥이 딸이 입학한 지난해부터 올해 1학기까지 딸들에게 중간·기말고사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 배경에 대해 "시험 문제와 정답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을 다수 확보했는데 현씨가 지속적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씨가 ‘쌍둥이 시험 유출 의혹’이 본격 제기된 지난 8월 이후 집 컴퓨터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숙명여고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은 지난 7월 쌍둥이 딸들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갑자기 성적이 올라 문·이과 1등을 차지하면서 불거졌다. 1학년 1학기엔 문과 전교 121등, 이과 전교 59등이었던 쌍둥이 자매는 1학년 2학기엔 문과 전교 5등, 이과 2등으로 성적이 올랐다가 다음 학기에 나란히 전교 1등이 된 것이다.
당시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현씨는 "아빠와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밤샘 노력이 의심받게 돼 마음이 상한다"면서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쌍둥이 자매는 추후 정답이 정정(訂正)된 문제에 똑같은 오답을 적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오답을 적어냈다'는 것은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의 주요 근거였다. 또 쌍둥이 자매의 대학수학능력 모의평가 성적은 '월등한 내신 성적'에 비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의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쌍둥이 동생의 휴대전화에 영어 시험 문제의 정답이 메모돼 있는 것이 발견됐다. 시험문제는 괄호 속에 영어단어를 넣는 것이었는데, 이 문제의 답(단어)만 그대로 적혀있었다. 이 메모는 시험 보기 사흘 전 저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씨는 올해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답안지가 있는 교무실에서 홀로 남아 근무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