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대형 광장을 중심으로 집회·시위가 활발하다. 하지만 이 국가들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그로 인해 시민이 지나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엄격하게 심사한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거나 행진하려면 집회 36시간 전까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집회 48시간 전까지 경찰에 신고만 하면 되는 한국보다 강화된 기준이다.

지자체는 직권으로 집회 장소를 변경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03년 뉴욕시는 한 시민단체가 UN 본부 앞에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하자 'UN 본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라'는 조건을 붙여 허가했다.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헨더슨시는 옥외 집회 허가 심사시 신청인 측으로부터 125달러(약 14만원)의 수수료를 걷는다. '행정 비용' 명목이라고 한다. 이런 비용 부담이 있기 때문에 유령 집회 등 시위가 남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뉴욕의 경우 시위대가 확성기를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소음을 내는 도구를 사용하려면 사전에 시(市)에 '소음 허가 신청서(Sound Permit Application)'를 제출해야 한다. 집회 신고와는 별도다. 집회 기간 기준으로 하루에 45달러(약 5만원)에 달하는 소음 허가 수수료도 받는다. 한국의 경우 이런 규제가 없어 건설 현장 주변에선 매일 새벽 확성기를 틀고 민중가요를 부르는 집회가 끊이지 않는다.

프랑스에선 집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소음 규제에 대해 폭넓은 재량권을 갖는다. 현장 소음이 특정 db(데시벨) 수치를 넘는지보다는 그 소음이 주변에 얼마나 피해를 끼치는지를 기준으로 삼고 판단한다. 소음 수치 규정(주택가 기준 주간 65db, 야간 60db)을 두고 있는 한국에선 경찰이 소음 측정할 때만 소리를 줄였다가 단속반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소리를 키우는 '꼼수'를 쓰는 경우가 잦다.

독일은 수도 베를린에 있는 연방의회나 칼스루에에 있는 연방헌법재판소 건물로부터 반경 최대 1㎞가 집회 금지 구역이다. 국회와 헌법재판소 반경 100m 내에선 집회가 금지된 한국보다 제한 범위가 넓다.

이 밖에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선 출·퇴근 교통량이 많은 주중 오전 7~9시와 오후 4~6시엔 도심에서 집회를 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