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SK이노베이션 사내 인트라넷에는 평소 보기 힘든 인물 6명의 사진이 올라왔다. 김준 SK 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자회사 대표이사(CEO) 5명이 각자 머그컵과 텀블러를 손에 들고 찍은 인증샷(실제로 어떤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인증'하기 위한 사진)이었다. 김 총괄사장 등 CEO는 사진과 함께 "텀블러와 머그컵 사용으로 친환경 근무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함께하면 작은 실천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CEO들은 게시물에서 각각 사내 3개 팀을 지목하며 "같이 참여해달라"고 했다. CEO들의 참여로 막을 연 SK이노베이션의 '아이 그린 위 그린(I Green We Green) 캠페인'은 릴레이 방식으로 시작해 보름 만에 사내 400여 개 팀 중 290팀(72%), 사원 6400여 명 중 4785명(74%)이 참여했다.
생활 속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특히 비닐백, 일회용 커피컵 등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노 플라스틱' 운동이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SK그룹 본사인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는 이달부터 일회용 컵이 사라진다. 서린 빌딩에 입주한 SK수펙스추구협의회, SK이노베이션, SK㈜가 모두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에 돌입했다. SK 그룹은 ▲사내에서 개인 머그컵 및 텀블러 사용 ▲꼭 필요한 경우 유리병이나 캔, 무색 페트병 음료를 우선 구매 ▲외부 테이크아웃 컵 반입 금지 등 3대 원칙을 세웠다. 구내 카페에서는 머그컵과 텀블러 대여를 시작하고, 구내식당에서는 이달 중순부터 기존 물품을 친환경 용기로 대거 교체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 LG 등도 전 계열사에서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벌인다고 선언했었다.
현대백화점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백화점 카드를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카드로 바꾼다. 2023년까지 총 540만장의 플라스틱 카드를 줄이는 프로젝트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회원으로 가입하는 고객에게 실물 플라스틱 카드 대신 모바일 카드를 발급하는 제도를 이달부터 시범 시행한 뒤 내년부터 전면 도입한다"고 4일 밝혔다.
가로 8.5㎝, 세로 5.5cm 크기의 백화점 카드 540만장을 펼쳐 놓으면 축구장(7140㎡) 3개 반을 덮을 수 있다. 개당 6g짜리 카드 540만장을 한데 모아놓으면 무게가 32.4t에 달한다. 김준영 상무는 "3년에서 5년 정도인 카드 유효기간을 감안하면 2023년까지 전체 플라스틱 카드의 90% 이상이 모바일 카드로 교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마트폰이 없거나 모바일 카드 사용을 어려워하는 일부 고객에게는 종전대로 플라스틱 카드를 발급한다.
업계 특성상 일회용품의 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 유통업체들도 변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달부터 자체 브랜드 제품의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하기 쉽게 '무색(無色)'으로 바꾼다. 생수 '이마트 블루'의 뚜껑은 기존 파란색에서 무색으로 바뀌고, '노브랜드 매실' 페트병은 초록색에서 무색으로 바뀐다. 환경부는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적인 규제만큼 개개인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