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강서 전처(前妻)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49)씨가 검찰에 송치됐다.

이날 오전 9시쯤 검찰로 이송되기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 유치장을 나선 김씨는 우물거리는 목소리로 9차례에 걸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살인과 가정폭력,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강서 전처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씨가 1일 오전 9시쯤 서울 양천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죄송하다"는 김씨의 말에서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말 미안한 마음을 느꼈다면 여러 가지 형용사와 설명을 덧붙여서 말했을 것"이라며 "억양과 표정에서도 짜증 섞인 반응만 나타났다. 수많은 카메라를 앞에 둔 상황을 벗어나고자 한 얘기일 뿐"이라고 했다.

추후 검찰 조사와 법원 선고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사형 선고가 사실상 없다는 것을 알고, 본능적으로 형량을 따져봤을 것"이라며 "언론에 괜한 소리를 했다가 검찰 조사에서 불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말을 아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4시 45분쯤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의 지상주차장에서 이혼한 아내 이모(47)씨를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혼 과정에서 쌓인 감정 문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씨는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숨진 이씨의 차량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를 몰래 부착했다. 두 사람은 2015년 이혼한 상태였지만 계속해서 뒤를 쫓은 것이다.

‘계획범죄’ 정황은 또 있다. 범행 당시 김씨가 가발을 착용, 자신의 신분을 위장한 것이다. 김씨는 "(피해자가)나를 알아볼까 봐 가발을 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아파트 주변 CCTV에는 김씨가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범행 현장을 서성거리는 모습이 포착됐고, 김씨는 범행에 쓸 흉기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의자가 언론 앞에서 ‘죄송하다’며 순응적으로 얘기한 것을 볼 때 사회적 규범에 따라 합리적 판단을 한 것"이라며 "바꿔 말하면 정신질환이나 심신미약은 아니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피의자는 내심 ‘복수를 마쳤기 때문에 후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의자 김씨는 주먹으로 가정을 다스렸다. 숨진 전처 이씨는 물론이고 세 딸도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렸다. 이혼 이후에도 미행 등의 수법으로 거처를 알아낸 뒤 공갈·협박·폭행했다. 숨진 이씨는 4년간 6번이나 이사하면서 도망 다녔다고 한다. 숨진 이씨의 세 딸은 지난달 23일 "아빠를 사형시켜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썼다. 이 청원은 이날 현재 15만6500여명이 동의했다.

경찰은 서울남부범죄피해자 지원센터 등과 협의해 이씨 유가족에게 장례비와 긴급 생계비, 치료비, 유족 구조금, 학자금 등 경제적 지원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들이 범죄로 인한 아픈 상처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심리상담을 실시하는 등 유족 보호 및 지원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