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에서 1970~1980년대 악명높은 갱단 두목이자 연방수사국(FBI) 비밀 정보원이었던 제임스 ‘화이티’ 벌저(89)가 감옥에서 재소자에게 맞아 사망했다. ‘화이티’는 벌저의 유난히 밝은 은발 머리 때문에 붙여진 별명으로, 백인을 경멸하는 표현으로도 쓰인다.

교정 당국은 벌저가 웨스트버지니아주에 있는 연방교도소에서 사망한 채로 30일(현지 시각) 발견됐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즉각 상태를 확인했지만 반응이 없자 사망 판정을 내렸다. 벌저가 폴로리다주에 있는 감옥에서 새로운 교도소로 이감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다.

1970~1980년대 미국 보스턴에서 악명높은 갱단 두목이었다가 30일(현지 시각) 사망한 채 발견된 제임스 ‘화이티’ 벌저가 1953년(왼쪽)과 2011년에 각각 찍은 사진.

FBI는 이날 벌저가 교도소 내 폭행으로 인해 사망한 것 같다는 교도관의 진술을 바탕으로 용의자 2명을 조사 중이다. 이중 한명은 과거 웨스트스프링필드에서 마피아로 활동하던 포티오스 프레디 게아스(51)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벌저는 심하게 폭행을 당해 생긴 상처로 인해 귀에서 피가 흐르는 채로 흰 천에 둘러싸여 있었다.

보스턴 출신으로 1929년 아일랜드계 가정에서 태어난 벌저는 아일랜드계 ‘윈터 힐’ 갱단 두목으로 활동하면서 살인 등 수많은 강력범죄를 저질렀다. 당국에 기소될 위기에 처하자 1994년 보스턴을 떠나 16년 이상을 숨어 지냈다. 2011년 FBI의 추적 끝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 모니카에서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당시 연방배심원단은 살인뿐만 아니라 공갈, 자금세탁, 마약밀래, 무기소지를 비롯해 31건의 혐의를 인정했다.

라이벌 갱단인 ‘뉴 잉글랜드 마피아’에 대한 정보를 FBI에 제공하는 비밀 정보원 역할도 했다. 이 때문에 폭력조직과 FBI의 유착 관계를 보여주는 소재로 거론되기도 했다.

벌저는 여러 편의 영화에서 모델이 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6년 개봉해 아카데미 최우수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디파티드’가 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블랙 매스’에서 조니 뎁이 연기한 인물도 벌저를 모티브로 했다.

그의 친동생인 윌리엄 벌저는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장으로 18년을 지낸 유력 정치인이었다. 당시 동생은 형의 범죄 행각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음에도 당국에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FBI 관계자는 벌저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히지 않았으나 교도국은 부상을 입은 다른 수용자나 교도관은 없다고 말했다.

벌저가 시신이 발견된 30일 아침 식사 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볼 때 그는 이른 아침이나 간밤에 살해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버저는 다른 판결이 진행중인 와중에 2013년 8월 11건의 살인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2번 연속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