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 지난 30년 동안 수없이 공을 던졌지만 아직 이 남자의 와인드업은 끝나지 않았다. 한국 야구 사상 최고의 언더핸드 투수 김병현(39)의 얘기다.

김병현이 한·미·일, 도미니카에 이어 호주 무대에 도전한다. 호주프로야구리그(ABL) 멜버른 에이시스는 지난 29일 구단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가장 위대한 한국 선수 중 하나인 김병현을 영입했다. 월드시리즈의 영웅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멜버른은 오는 11월 16일 캔버라와 2018~2019 시즌 첫 경기를 치르는데, 김병현이 출전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시즌까지 6개 팀이었던 ABL은 올해 구대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팀 '질롱 코리아', 일본·대만 선수 주축의 '오클랜드 투아타라'가 합류해 8 구단 체제로 치러진다. 멜버른은 지난 시즌 6개 팀 중 4위였다.

멜버른“월드시리즈 영웅 김병현 환영” - '핵잠수함' 김병현의 야구 인생은 계속된다. 호주프로야구리그(ABL) 멜버른 에이시스가 29일 구단 소셜 미디어에 올린 김병현 영입 포스터.

김병현의 야구 인생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그는 성균관대 2학년이던 1999년 미 프로야구(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했다. 곧장 빅리그에 콜업된 그는 팀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한국형 핵잠수함'으로 불렸다.

한국 선수론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2001년 월드시리즈 땐 두 차례(4~5차전)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팀이 7차전 끝에 우승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2004년엔 팀이 '밤비노의 저주'를 풀고 86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두 번째 우승 반지를 꼈다. MLB 통산 성적은 394경기 54승60패86세이브, 평균자책점 4.42다.

마이너리그, 일본 야구를 전전한 김병현은 2012년부터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었다. 넥센(2012~2013)과 고향팀 KIA (2014~2016)에 몸담았지만 5시즌 동안 78경기 출전에 그쳤고 결국 2016년 말 KIA에서 방출됐다. 그는 방출 직후 본지 인터뷰에서 "당장 유니폼을 벗기엔 아쉬운 게 많다. 국내에서 뛸 팀을 못 찾으면 외국 리그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어느새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 김병현은 자신의 말처럼 글러브를 놓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건너가 윈터리그에 참가했고, 올 초엔 모교 광주일고 동계 전지훈련(일본)에 합류해 몸을 만들었다. 부업으로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초밥집을 운영하는 김병현은 개인 훈련을 꾸준히 하며 복귀를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6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도전이잖아요. 은퇴는 언제든 할 수 있어도 선수는 지금밖에 못 합니다. 그래서 제가 야구를 못 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