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어머니, 아들, 며느리, 손녀까지 일가족 4명이 집 안에서 살해됐다. 작은 방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용의자 신모(32)씨는 숨진 손녀와 교제하다 헤어진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서 벌어진 일가족 살인사건의 용의자 신모(32)씨가 사건이 벌어진 아파트에 들어가는 폐쇄회로(CC)TV의 장면.

26일 부산 사하경찰서는 "용의자 신씨가 숨진 일가족 중 손녀인 조모(33)씨와 교제하던 사이라는 유가족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신씨는 3대(代)가 모여 사는 이 아파트에서 한 달쯤 손녀 조씨와 동거했다. 가족들은 주변에 신씨를 ‘손녀 사위’로 소개해왔다고 한다. 두 사람 지난 8월 연인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일가족은 할머니 박모(84·여)씨, 아들 조모(65)씨, 며느리 박모(57)씨, 손녀 조씨다. 경찰은 지난 25일 "가족이 다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를 받고 범행현장에 출동했다. 최초 발견 당시 박씨와 아들, 며느리의 시신은 화장실에서 포개진 상태였다. 손녀 조씨의 시신은 거실에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일가족은 흉기와 둔기 등으로 살해된 데 반해, 손녀 조씨 목에는 졸린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있었다"고 했다.

용의자 신씨는 작은 방에서 질소 가스를 연결한 비닐봉투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였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용의자 신씨가 지난 25일 오후 4시12분쯤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고, 범행 도구가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든 채 아파트로 들어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신씨의 가방과 차 안에선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둔기와 흉기, 피가 묻은 전기충격기 등 56종의 물품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신씨의 자택 컴퓨터에 아파트 일대 방범용 CCTV 위치를 확인하고 전기충격기 사용방법 등을 검색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용의자 신씨가 일가족 4명을 집에 들어오는 순서대로 차례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당시 CCTV 영상에 따르면, 신씨 침입 당시 집에는 아버지가 홀로 있었다. 이후 1~2시간 뒤 어머니와 할머니가 순차적으로 귀가했다. 마지막으로 돌아온 손녀 조씨가 25일 자정쯤 집에 도착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조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과 주변 탐문 수사를 통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힐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