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 설치법 입법을 추진하는 민주당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이 가세하기로 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의원은 1심을 담당하게 될 서울중앙지법의 형사합의부 재판장 다수가 의혹 당사자여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주장 자체가 과장이고 사실 왜곡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여당이 거론하는 재판부들 말고도 10여 개가 더 있다. 법관은 사건 당사자와 얽힌 연고(緣故) 관계 등이 재판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으면 스스로 회피하거나 재배당을 요청할 수 있다. 실제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도 그 절차나 상식은 다 무시한 채 특별재판부를 밀어붙이고 있다.
현 정권 출범 후 새 대법원장 주도 아래 전 정권 당시 재판 거래가 있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이 주어진 업무 범위를 벗어나 일부 권한을 남용한 일은 있었지만 재판 거래는 없었다고 결론 냈다. '부적절한 행위'도 '법으로 처벌할 사안은 아니다'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현 정권 측 판사들이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도 검찰에 사건을 넘겨 억지 죄목 붙이기와 망신 주기가 시작됐다. 이제는 사법부에 대한 사망 선고와 같은 특별재판부까지 만든다고 한다.
현 정권 측은 전 정권 시절 공정한 재판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공정한 재판은 그 과정이 법관의 독립된 판단에 따라야 하고 그 출발인 재판부 선정부터 외부 개입이 차단돼야 한다. 그런데 여당 법안을 보면 '재판 거래'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일부 단체가 특별재판부 판사를 추천하고, 재판 형식은 국민참여재판으로 하도록 돼 있다. 거의 인민재판을 하자는 것으로 들린다. 이 재판을 공정하다고 할 수 있나.
특별재판부는 건국 초기 반민족 행위자 처벌과 4·19 이후 3·15 부정선거 관련자 소급 처벌을 위해 도입된 적이 있다. 사회적 대혼란기 상황에서 헌법 제정과 개정 절차를 통해 극히 예외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지금 상황을 그때와 같다고 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현행 헌법은 군사재판 1·2심에 대해서만 일반 법원이 아닌 특별법원(군사법원)이 재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나라에 무슨 혁명이라도 난 건가.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이 '죄가 안 된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되자 이번엔 정권과 여당이 앞장서서 판사를 교체하고 자기들 마음에 맞는 사람들에게 재판을 맡기겠다고 한다. 삼권이 분립돼 있고, 사법부가 독립돼 있는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선례가 돼 권력이 입맛에 맞는 재판부를 만들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없다. 이야말로 진짜 사법 농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