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돈봉투 만찬'과 관련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렬(60·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4일 이 전 지검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지검장은 지난해 4월 21일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들, 법무부 검찰국 간부와 식사를 하며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격려금 명목으로 각각 지급하고, 1인당 9만 5000원의 식사비를 냈다.
언론 보도로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이 전 지검장 등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고검장급 간부였던 이 전 지검장은 초임 검사장이 배치되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됐다. 이 전 지검장의 후임은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이다.
법무부와 대검은 합동감찰반을 꾸린 뒤 이 전 지검장이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며 재판에 넘기고 면직(免職) 처분했다. 면직은 검사징계법상 해임 다음 수준의 징계로 2년간 변호사 개업이 제한된다.
재판 과정에서의 쟁점은 김영란법에 규정된 '상급 공직자'의 의미다. 이 전 지검장이 ‘상급 기관’인 법무부 소속 과장에게 격려금을 주고 밥을 산 것은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청탁금지법 8조3항에는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나 파견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가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수수금지 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1심과 2심은 모두 무죄 판단을 내렸다. 1심은 "법무부 직제상 검찰국은 일선 검사들이 겸직하고 있고, 만찬 자리에 있던 이들도 이 전 지검장을 상급자로 명확히 인식해 상급자와 하급자로 보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2심도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과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다고 인정된다"며 "만찬의 성격, 개최 경위 등을 종합하면 위로나 격려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돈을 제공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청탁금지법의 ‘상급 공직자’는 금품 등을 받는 상대방보다 높은 직급이나 계급의 사람"이라며 "금품 등을 받는 상대방과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고, 그 상하관계에 기초해 사회통념상 위로·격려·포상 등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금품 제공자와 상대방이 직무상 명령·복종이나 지휘·감독관계에 있어야만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 사건의 경우 이 전 지검장과 법무부 소속 과장 사이에 지휘·감독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전 지검장의 직급이 더 높기 때문에 ‘상급 공직자’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고,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