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원 민원을 들어준 국회의원들의 재판 대응 전략을 만들어줬다는 혐의를 수사 중인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검찰은 전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런 혐의(직권남용) 내용을 포함했다.

검찰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6년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에게 국회에서 특허 소송 제도와 관련해 법원에 유리한 발언을 해 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했다. 이후 임 전 차장이 행정처 심의관(판사)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유 의원의 2심 대응 방안을 작성하게 한 뒤 유 의원 변호인에게 이메일로 전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작년 4월 항소심에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벌금 90만원으로 감형됐다.

임 전 차장은 2016년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법률 대응 방안을 만들어준 혐의도 받고 있다. 판사 출신인 홍 의원은 2014년 양 전 대법원장 숙원 사업이던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행정처가 수사·재판 전략을 짜줬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옛 통진당 의원 들이 낸 소송에 개입한 혐의도 영장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진당 소속 의원들은 2014년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잃게 되자, 정부를 상대로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1심은 "헌재 결정을 법원이 다시 판단할 수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 등 법원 수뇌부가 '2심에선 의원직 상실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은 헌재가 아니라 법원에 있다는 걸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의견서를 작성해 2심 재판부에 전달하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 2심은 "법원이 의원직 상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힌 뒤 항소를 기각했다. 행정처 의견과 비슷한 판단을 한 것이다. 당시 재판장은 지난 8월 임명된 이동원 대법관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대법관이 의견서에 영향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대법관은 지난 7월 청문회에서 이 재판에 대해 "재판 거래가 없었고, 국민 앞에 한 치의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