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원정경기는 걱정하지 않는다."
생애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오르는 LA 다저스 류현진이 당초 예상과 달리 2차전에 선발등판한다.
다저스는 23일(이하 한국시각)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시리즈 선발 로테이션을 확정해 발표했다. 류현진은 오는 25일 오전 9시9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리는 원정 2차전 선발로 내정됐다. 클레이튼 커쇼가 24일 1차전에 나서고, 27, 28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3,4차전에 워커 뷸러와 리치 힐이 연이어 등판한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이날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로테이션을 발표하면서 "류현진은 올시즌 매우 훌륭한 한 해를 보냈다. 원정경기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4승3패로 누른 직후 현지 언론들 대부분은 류현진이 3차전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 신문인 LA 타임스가 2차전 선발로 예상했을 뿐, MLB.com 등 다른 매체들은 홈에서 강한 류현진이 3차전을 맡을 것을 유력하게 거론했다.
그러나 로버츠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류현진에게 강한 신뢰를 보낸 것이다. 류현진은 리그챔피언십시리즈 2,6차전에 선발 등판해 합계 7⅓이닝 동안 13안타 7실점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경기 모두 원정인 밀러파크에서 열렸다.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에게 다시 원정경기를 맡길 가능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경기 장소는 로버츠 감독의 판단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커쇼와 류현진을 월드시리즈 원투 펀치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ESPN은 이에 대해 '다저스가 류현진을 커쇼와 함께 적어도 두 차례 등판이 가능하도록 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2차전 선발은 6차전 선발로 나설 수 있다. 7차전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커쇼와 류현진, 둘은 2번씩 등판할 수 있다.
류현진은 지난 20일 리그챔피언십시리즈 6차전 이후 4일을 쉬고 등판하는 것이다. 휴식 기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몇 가지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류현진은 펜웨이파크 마운드에 서 본 적이 없다. 보스턴을 상대로 통산 1경기에 등판했는데,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인 2013년 8월 25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였다. 당시 5이닝 5안타 4실점으로 고전하며 패전을 안은 바 있다. 펜웨이파크는 좌우 비대칭적 구조에 '그린 몬스터'로 불리는 왼쪽 펜스 높이가 11.2m에 달해 류현진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류현진과 맞붙는 보스턴의 선발투수는 데이빗 프라이스다. 1차전 선발 크리스 세일과 보스턴의 강력한 원투펀치를 이루는 에이스다. 올시즌 30경기에서 16승7패, 평균자책점 3.58을 올렸고,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중이다. 지난 19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는 선발 6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팀의 월드시리즈행을 이끌었다. 2012년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20승5패, 평균자책점 2.56으로 사이영상을 수상한 바 있는 특급 좌완이다.
또한 요즘 보스턴의 날씨는 한국의 초겨울처럼 굉장히 쌀쌀하다. 2차전이 열리는 25일 밤 기온은 섭씨 0~3도로 예보되고 있다. LA의 온화한 날씨에 익숙한 류현진이 감안해야 할 변수다.
한국 선수가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선발로 서는 건 류현진이 처음이다. 앞서 박찬호가 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절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 구원으로 등판(4경기 3⅓이닝 무실점)했고, 김병현 역시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양키스를 상대로 역시 구원 등판(2경기 3⅓이닝 5실점)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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