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석 前 우리은행 지점장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골자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대폭 올려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조세 제도 개편안을 살펴보면 공시가격을 실거래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종부세 적용 기준인 공정시장 가액비율(과세표준액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공시지가의 비율)을 현행 공시가의 80%에서 내년부터 연 5%씩 상향 조정해 2022년까지 100%까지 인상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즉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만큼 이를 공시가격에 반영하고 공정시장 가액비율도 늘려 재산세 및 종부세 등 보유세를 크게 늘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부동산 값 상승분을 공시가격에 100% 연동시키면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부동산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이 단기간 급등한다. 건강보험료 지역 가입자가 보유한 주택의 공시지가가 30% 인상되면 건강보험료가 최대 13%까지 오른다고 한다. 또 저소득층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 산정 시 수만명이 지급 대상에서 탈락해 연금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도 있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공시지가 인상이 엉뚱하게 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부동산 대책의 목표는 실거주자가 아닌 전문 투기꾼들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기 의도 없이 수십년간 같은 집에서 살아온 은퇴자들의 경우, 월급 등 별도의 현금 수입이 없는데도 재산세·종부세 급등으로 세금 폭탄을 맞으면 조세 저항이 발생해 국가 조세 체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 경우 조세 저항은 조세 포탈이나 회피가 아니라 사회·정치적 성격을 띠는 조세 저항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납세자들의 집단 반발로, 이들의 불만이 공식적으로 표출되고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말한다.

주택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대상이 급속히 확대되고 세액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선의의 1주택자들이 이른바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도 있다. 또 정부의 복지 확대 및 공공 일자리 창출로 재정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주택시장 안정이란 명분으로 세수를 늘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하면 정부의 조세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아져 조세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조세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유세 관련 조세 개편안을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투기로 고수익을 올리는 투기 세력을 정밀하게 포착, 과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