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크렘린궁은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일명 중거리핵미사일폐기협정)’ 탈퇴하면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고 22일(현지 시각)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면서 INF 탈퇴 의사를 밝힌 데 따른 반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7년 11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제지도자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의 INF 폐기는 세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리 자신의 안보 보장 조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INF에서 탈퇴한 뒤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하면 러시아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양국의 군비경쟁 가능성을 경고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22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국가안보수석 격),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등과 만나고, 23일에는 크렘린 궁을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특히 그는 방러 기간 중 미국의 INF 파기 방침을 전달할 예정이다

핵무기 통제 역사상 획기적 조약으로 평가받으면서 31년 동안 유지됐던 INF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수로 사실상 해체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INF는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이다.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하는 이 조약은 사거리가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