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82·사진) 경희대 석좌교수는 18일 한국법률가대회 기조 발제에서 "우리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의 규범력을 약화시키는 여러 가지 잘못된 정치 행태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허 교수는 "무엇보다 선거에 임하는 주권자인 국민이 얄팍한 포퓰리즘적인 정치 공약에 현혹되지 않는 성숙한 민주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허 교수는 국내 헌법학 분야의 대표 원로 교수다. 이날 열린 한국법률가대회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박상기 법무부장관 등 법조인 300여 명이 참석했다.
허 교수는 이 자리에서 현 정부의 국정 철학과 운영 등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건국일은 1948년 정부 수립일이 아니라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허 교수는 "헌법 철학·국가론과 배치되는 견강부회(牽强附會)적인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상해 임시 정부는 국가의 3요소에 속하는 주권·국민·영토를 갖지 못했고, 국제사회의 승인도 없었다"며 "그런데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일부 시민 세력이 그러한 인식을 고집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안타까운 현주소"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현 정부가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려고 하는 움직임에 대해선 "민주주의는 (공산주의 국가처럼) 다수의 이름으로 독재가 가능하지만 자유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며 "두 용어는 대체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며 (대체할 경우)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기본 이념에 역행하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허 교수는 또 "국가의 중요한 전문적인 정책 결정을 할 때마다 공론화 기구를 수시로 만드는 현상은 대의민주주의 정치 본질을 오해한 반헌법적 정치 행태"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입 개편 방안과 탈원전 정책에 대해 공론화위원회를 꾸렸었다.
허 교수는 검찰의 '수사 행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별건 수사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며 "위헌적 관행"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 정책이 대통령 비서실 중심으로 결정되는 상황을 거론하며 "헌법에 규정된 대로 국무회의를 통해 정책 심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