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30대 남성의 흉기에 찔려 숨진 PC방 아르바이트생 신모(21)씨를 추모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5일 만인 18일 현장에는 말없이 묵념(默念)를 하며 고인을 애도하는 시민들이 모였다. 신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바닥 옆 테이블에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는 국화 꽃 여러 다발이 놓여있었다. 마치 ‘작은 추모식’이 열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 앞 테이블 위에 놓인 국화 세 다발의 모습.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총 10여명의 사람들이 현장을 찾아 신씨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날 오후 2시쯤에는 한 남성이 PC방 입구 옆 테이블에 국화 한송이를 놓고 갔다. 김모(20)씨는 "중학교때부터 알던 선배인데, 뉴스 보고 너무 깜짝놀랐다"며 "장례식에 가지 못할 것 같아서 꽃이라도 두려고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나도 주변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내 일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겁도 났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후 3시쯤에도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같은 자리에 국화 한 송이를 두고 빠져나갔다. 이모(26)씨는 "사건이 자꾸 생각나 어제 종일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사건 현장에 놓인 꽃을 가만히 바라보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인근 주민인 송지은(42)씨는 약 10초간 국화를 바라보더니 울먹였다. 송씨는 "마트에 장 보러 왔다가 꽃을 보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가 조카 뻘 나이라 눈물이 났다."며 "사건 수사가 정확하게 이뤄져, 고인이 억울함이 없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피해자 신씨의 죽음을 슬퍼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신씨와 함께 PC방 아르바이트를 했던 동료 김모(20)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같이 일했던 형이 너무 억울하게 갔다"며 "이번 사건은 명백한 묻지마 살인범죄"라고 적었다.

또 자신을 피해자의 여자친구라 소개한 한 여성은 페이스북을 통해 "(범행 발생 약 1시간 전 신 씨에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사랑한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후로 연락이 끊겨 한참 걱정에 빠져있는 동안 오빠의 사망 소식을 듣고 절망감에 휩싸였다.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오빠는 결국 꽃을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고 울분을 토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7일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 직원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김모(30)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4일 오전 8시 10분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한 PC방에서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 직원 신씨를 30차례 이상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10여 년째 우울증 약을 복용해온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