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게
기시미 이치로 지음 |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 | 256쪽 | 1만4000원

"새로 시작한 일이니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게 ‘잘하게 되는’ 것의 첫걸음입니다.

아들러 심리학의 일인자자 플라톤 철학의 대가,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이번엔 나이 들어가는 삶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이 오십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심장에 대체 혈관을 연결하는 대수술을 받고 죽음의 문턱까지 간 저자의 인생 철학을 담았다.

수술 후 재활에 몰두한 저자는 많은 일을 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와도 할 수 있는 일은 남아 있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생각 이상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재활은 더뎠지만,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건강을 회복했다. 서서히 걸을 수 있게 됐고,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났고,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생각했다. 어제 하지 못했던 일을 오늘은 할 수 있다고.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한 그는 예순 살에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2년 동안 꾸준히 공부한 덕에 한국어책을 읽을 수 있게 됐고, 한국 신문의 청탁을 받아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에 관한 짧은 서평도 썼다. 젊은 날에는 경쟁에 내몰리거나 성과에 대한 강박에 시달렸지만, 나이가 드니 평가와 평판에 개의치 않고 순수하게 배우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나이 듦’의 특권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에네르게이아’는 비유하자면 춤이다. 춤출 때는 순간순간이 즐겁다.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 춤추는 게 아니듯 인생 또한 끝을 향해 달리는 경주가 아니라는 의미다. 즉,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춤이다.

남은 시간이 짧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언젠가 끝은 오겠지만 오늘이라는 날을 힘껏 사는 사람 중에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남은 인생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 사실을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건 우리 자신의 의식뿐이다. 늙어가는 용기, 나이 든 ‘지금’을 행복하게 사는 용기란 인생을 바라보는 눈을 아주 조금 바꾸는 용기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자신과 주변의 경험담을 통해 나에게 주어진 남은 생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조언한다. "젊을 때부터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노년에 접어든다고 해서 힘들고 괴로운 일만이 기다리고 있을 거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늙는 것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 너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주어진 노년을 어떻게 활용할지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젊은 사람에게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기대를, 지금 노년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젊을 때와는 다른 기쁨을 느끼며 사는 용기를 불어넣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