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주|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이원경 옮김|밝은미래|320쪽|1만4500원

우물에 갇혔다. 퀴퀴하고 축축한 냄새가 나는, 밧줄도 두레박도 없이 오래전 버려진 우물에. 하필이면 숲속에서 못된 쳇 불런스를 만날 줄이야. 그녀석이 내 기니피그 '걸리버'를 우물 속으로 던지지만 않았어도 이런 낭패는 안 겪었을 텐데. 그런데 난 이제 어쩌나? 살아서 다시 할머니를 볼 수 있을까?

수줍고 외롭고 언제나 주목받지 못하는, 그래서 골목대장 쳇이 놀리고 괴롭혀도 대꾸 한번 못하는 열한 살 소년 버질 살리나스가 마른 우물에 빠졌다. 버질이 없어진 걸 알아채는 사람은 그 시각 만나기로 약속한 동갑내기 소녀 카오리 타나카뿐.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소심한 버질과 악당 쳇은 물론이고, 상상력 풍부한 카오리와 영리한 소녀 발렌시아 소머싯까지 저마다의 이유로 우물 근처를 찾게 되고, 카오리와 발렌시아가 버질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치면서 좌충우돌 생각도 못한 해프닝이 솟아난다.

각 장마다 네 명의 주인공이 번갈아 가며 이야기하는 화자가 된다. 특히 겁 많고 생각도 많은 버질의 번민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암흑에 파묻혀 내면의 두려움에 잡아먹힐 뻔하다가 할머니가 들려준 전설 속 영웅을 떠올리며 가까스로 용기를 낸다.

"살면서 수많은 질문을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야?'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마. 우리의 삶은 한마디 말로도 바뀔 수 있거든." 2018 뉴베리 대상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