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올 연말에 물러나기로 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헤일리 대사 후임으로 5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디나 파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자 현 골드만삭스재단 이사장이 그 중 한명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딸이자 백악관 보좌관인 이방카 트럼프도 거론했다.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헤일리 대사와 만나 취재진에게 헤일리 대사의 사임을 알렸다. 그는 "헤일리 대사는 6개월여 전부터 올 연말에 사임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고,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주 내 헤일리 대사의 후임을 지명할 예정이다.

2018년 10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백악관에서 만나 헤일리 대사의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A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이오와주(州)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헤일리 대사 후보군을 5명으로 좁혔다고 밝혔다. 파월 전 NSC 부보좌관이 후보 중 한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헤일리 대사의 사임을 전하는 자리에서도 파월 전 NSC 부보좌관이 후보냐는 질문에 "확실히 내가 고려 중인 사람"이라고 했다.

파월 전 NSC 부보좌관은 이방카와 친분이 깊은 인물로 ‘이방카의 여자’라고도 불렸다. 이집트 출신인 파월 전 NSC 부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 등을 뒷받침해왔다. 이방카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백악관을 떠나 올해 2월 친정인 골드만삭스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처드 그레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도 언급했지만, 그레넬 대사가 헤일리 대사의 후임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레넬 대사가 후임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헤일리 대사의 후임에) 전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그레넬은 (자신이 현재 있는) 중요한 위치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고 했다. 그레넬 대사가 현재 위치에서 일을 잘하고 있어 그를 계속 독일 주재 미국 대사 자리에 남겨놓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헤일리 대사 사임 소식을 전하며 이방카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은 이방카가 유엔에서 다이너마이트 같은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방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잘할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이방카보다 유능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이방카를 극찬해 ‘이방카가 헤일리 대사의 후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곧 트럼프 대통령은 이방카가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자리를 맡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내가 이방카를 뽑아준다는 말은 아니다. (이방카를 후임자로 지명하면) 내가 족벌정치라고 비난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헤일리 대사도 이방카와 그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를 칭찬했다.

이방카도 자신의 ‘유엔 주재 미국 대사설(設)’을 부인했다. 그는 9일 자신의 트위터에 "훌륭한 동료가 많은 백악관에서 일하는 것은 내게 명예로운 일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헤일리 대사의 후임으로 엄청난 인사를 지명할 것이다. 나는 (헤일리 대사의) 후임을 맡지 않는다"고 적었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대북정책 등 미국의 외교 정책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리다. 헤일리 대사는 유엔에서 북핵, 시리아 내전, 대이란 제재 등 국제사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노선을 충실히 대변했다. 그는 지난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과 제6차 핵실험이 연달아 발생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을 이끌었다.

후임으로 지명된 사람은 앞으로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된다. 인준되면 내년 1월 중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서 일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