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발생한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기름 탱크 화재 현장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 화면을 경찰이 9일 공개했다. CCTV에는 중실화 혐의로 긴급체포된 스리랑카 국적의 A(27)씨가 날린 풍등(風燈)이 위로 날아가는 모습과 A씨가 당황해 급히 풍등 쪽으로 뛰어가는 모습, 풍등이 저유소 안쪽에 떨어지는 장면 등이 담겼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고양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 브리핑을 열고 화재 현장 주변 CCTV 장면을 공개했다.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고양 저유소 CCTV의 모습. 스리랑카 외국인 근로자가 풍등을 날리는 모습과 풍등이 저유소 잔디밭에 떨어져 불이 붙는 모습이 찍혔다.

CCTV에는 고양저유소에서 약 300m 떨어진 공사 현장에서 풍등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어 한 근로자가 당황한 듯 황급히 저유소 방향으로 뛰어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A씨가 풍등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쫓아온 것으로 보인다.

풍등이 떨어진 잔디밭에서는 연기가 나기 시작했고 불은 탱크(직경 28.4m×높이 8.5m의 원통형)의 유증 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옮겨 붙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54분쯤에는 탱크의 폭발로 상부 지붕이 날아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A씨는 지난 7일 오전 10시32분쯤 저유소 인근 터널공사장에서 지름 40cm, 높이 60cm 크기의 풍등에 불을 붙여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인근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캠핑 행사에서 날아온 풍등을 주워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에서 "호기심에 풍등에 불을 붙였는데 손을 쓸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하늘로 상승했다"며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을 지켜봤는데 잔디에 불이 붙은 것을 몰랐다. 불이 붙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돌아갔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A씨는 풍등이 떨어진 장소가 기름을 보관해두는 저유소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점을 감안해 A씨에게 중실화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처음에 잔디밭에 불이 붙은 시각은 오전 10시 36분이다. 이후 18분 동안 연기가 났고, 잔디가 조금씩 타들어가다가 오전 10시 54분쯤 유류환기구 쪽에서 순식간에 폭발이 일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잔디에서 18분동안 연기가 피어올랐는데, 송유관공사는 몰랐나’는 질문에 "몰랐다"며 "저유소 내부 온도가 8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사무실에 경보가 울리도록 돼 있는데, 탱크 외부 센서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CCTV 자료 등을 근거로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저유소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점 등을 감안,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또 풍등과 저유소 화재 간 인과관계를 정밀 확인하고 재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는 등 수사를 지속할 예정이다.

A씨는 2015년 5월 비전문취업(E-9)비자로 입국한 스리랑카 국적의 근로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