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교단에 선 30년 전만 해도 강의실이 텅텅 비었었지요. 한국어 수업을 들으려는 일본 학생이 없어서 어떤 날은 교실에 딱 한 명 앉아 있었어요."

강봉식(61·사진) 일본 이와테(岩手)현립대 교수는 "한국어 강의를 듣는 학생 숫자가 그사이 30배 넘게 늘었다. 한류 덕분"이라며 웃었다. 강 교수는 9일 572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화관문화훈장을 받는다. 1986년부터 일본에서 30년 넘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어 교육을 학문으로 정립하고, 2009년 전국 규모의 '일본 한국어 교육 학회'를 설립해 매년 학술대회를 여는 등 한국어 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다.

강 교수는 군대 제대 뒤 "일본의 경제 발전과 높은 시민 의식의 비결이 궁금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요코하마(橫濱)시립대 일본어학과를 졸업하고 도호쿠대 대학원, 경상대 일반대학원에서 국제문학 등을 전공했다.

대학 입학 전 6개월간 외국어 전문학교에서 공부하다 '일본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보는 게 어떠냐'는 이사장의 권유로 한국어 교육과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 나온 한국어 교재 수준이 낮았어요. 제가 한번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는 40여 권의 저서와 번역서를 냈다. 특히 1996년 출판한 '일본인을 위한 한국어 입문'은 영어·중국어·태국어 등으로도 번역돼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교과서로 사용되는 등 한국어 교육 국제화에도 일조했다.

1998년 이와테현립대 조교수로 임용된 뒤 2009년엔 '일본 한국어 교육학회'를 설립했다. 학회 이름에 '조선어'가 아닌 '한국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것. 50여 명의 한국어 교수·강사진으로 시작한 학회는 100명이 훌쩍 넘는 규모가 됐다. 그는 "한국어 인기 덕에 일본 대학의 한국인 교원 수도 2~3배 많아져 회원이 늘었다"고 했다.

현재 이와테현립대 고등교육추진센터 학과장인 그는 "일본의 모든 한국어 연구회가 교류할 수 있는 학회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