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온 소상공인연합회와 그에 소속된 61개 단체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것을 두고 야권은 "정부의 월권이자 소상공인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는 "법에 따른 정당한 업무 수행"이라고 했다.

◇연합회 본부 이어 61개 소속 단체 조사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 5월 16개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에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단체 활동 및 운영 여부 확인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연합회에 소속된 61개 단체의 소관 부처와 담당 부서를 하나하나 콕 찍었다. 예컨대 한국열쇠협회의 경우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 협력방범계에, 한국인쇄판촉생산자온라인협동조합의 경우 경기 고양시 일자리창출과에, 대한제과협회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책과에 공문을 보내는 식이었다. 중기부는 이 단체들의 정상 등록·취소 처분 여부와 최근 2년간 총회 개최 실적, 특이 사항 등을 파악해 회신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16개 부처·지방자치단체를 동원해 최저임금 인상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61개 단체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소상공인연합회가 주축이 돼 출범한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에서 지난 8월‘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당시는 연합회가 최저임금 인상 등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집회를 여는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던 때였다. 중기부 요구를 받은 16개 부처·지자체는 지난 6월 61개 단체를 공문·전화 등으로 접촉해 각종 실태를 파악했다.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는 소관 단체인 전국장례협동조합연합회와 관련, "2014년 9월 25일 설립 신고를 했고 같은 해 11월 7일 신고가 수리돼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회신했다. 2017년 2월 21일 제3차 정기총회에 5개 회원 조합 전원이 참석했다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한국담배판매인회중앙회 조사를 맡은 기재부 출자관리과 역시 설립 신고, 승인, 법인 등기 날짜와 최근 2년 내 정기총회 개최 날짜와 참석 인원까지 파악해 중기부에 회신했다. 이 밖에 매년 사업 계획, 결산 보고, 재산 목록, 예·결산서 처리 상황도 점검했다. 조사 결과 61개 단체 중 55개가 정상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 연합회 사무에 관하여 지도·감독할 수 있고, 연합회에 서류 등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중기부는 이를 근거로 "적법한 지도·감독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엄용수 의원은 "법률 내용은 연합회에 대한 지도·감독권이지 소속 단체에까지 이 같은 '행정 감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며 "중기부의 명백한 월권"이라고 했다.

◇野 "정치 탄압", 정부는 "정당한 업무"

소상공인연합회에 대한 정부 실태 조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기부는 최승재 현 회장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 4월에도 연합회 본부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중기부는 5일간 회계사·노무사 등을 동원해 지난해 정부 보조금 및 사업비(27억원), 집행 내역 등을 살폈다. 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 등 소상공인 목소리를 대변하니 점검을 받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연합회 본부에 대한 '현장 점검'이 한 달 뒤 소속 단체 전체에 대한 조사로 확대된 것이다.

4~5월 연합회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던 시기에는 최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4월 말 연합회 내 최 회장 반대 단체인 '정상화추진위원회'가 최 회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7월 최 회장에게 '무혐의' 판단을 내렸지만 검찰은 지난달 최 회장에 대한 조사를 다시 시작했다.

야당은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 대변인은 "최 회장에 대한 '표적 수사'를 진행하더니 이제는 700만 소상공인에게 칼날을 휘두른다"며 "중기부의 단독 행동인지,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 밝히라"고 했다.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수사기관까지 동원해 상대방의 입을 막으려 한 것은 부적절한 행위"라고 했다. 산자위 소속 한 야당 의원은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를 탄압하는 것은 여권이 그토록 비판해온 '적폐'의 전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