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음악은 영화 음악보다 어렵습니다. 높은 장애물에 도전하는 것과 같죠. 그래서 되도록 피해왔는데 이번엔 해버렸습니다."

일본 영화음악계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66·사진)가 올해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1978년 데뷔한 그는 1987년 영화 '마지막 황제' 주제 음악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과 그래미상을 받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다. 지난해엔 영화 '남한산성'을 통해 한국 영화 음악에도 참여했다. 그는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한·중·일 공동 제작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의 음악을 맡았다. 6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카모토는 "한·중·일 공동 제작이라는 점이 뭣보다 매력적이었고, '아톰'을 만든 데즈카 오사무가 설립한 데즈카 프로덕션에서 공동 작업을 제의해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안녕, 티라노'는 지난 5일 야외 상영으로 첫 공개됐다. 태풍 콩레이가 북상해 비바람이 몰아치던 시간대였다. 사카모토는 "비바람 탓에 음향이 좋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러나 좋은 점도 있었단다. "'안녕, 티라노'에 폭풍 몰아치는 장면이 많이 나오거든요. 마치 가상현실(VR) 체험 같더군요." 웃음이 터졌다.

"부산이 이렇게 큰 도시인지 처음 알았다"는 그는 영화제 개막식을 본 소감도 밝혔다. "한국 영화를 좋아해서 굉장히 많이 보는 편인데, 거기 나온 배우들이 제 옆줄에 앉은 걸 보고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남한산성' 배우들도 만나 좋았고요." 그러다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만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 김태리씨가 오지 않아서 무척 안타깝습니다." 장내가 한 번 더 웃음바다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