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측 "다스는 MB가 실제 주인" 공격
MB측 "박, 최아무개의 꼭두각시" 맞불

2007년 5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편집국장·보도국장 세미나에서 특강을 마친 후 질문에 답변하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과 박근혜 전 대표.

"이 전 시장의 맏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다스가 BBK에 190억 원을 투자했다가 140억 원을 떼였는데, 어떤 경로로 BBK에 투자했고 이 전 시장은 어떻게 관여돼 있는지도 밝혀야 할 것입니다."

2007년 6월 8일,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측 대변인이었던 한선교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의혹의 ‘메인디시’는 ‘BBK 실소유주’ 문제였고, ‘다스’는 BBK를 공격하기 위한 일종의 ‘반찬’이었다. 이명박 후보 측은 즉각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후 일부 언론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단독’ ‘특종’이라는 이름으로 ‘다스=이명박’이라는 그림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이명박 후보측이 ‘공격’만 당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측 김해호씨는 기자회견을 열어 "최태민 목사 일가는 육영재단에 개입해 자신들의 취업과 재산 증식의 장으로 이용했다"며 "당시 이사장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는 최태민과 그의 딸 최아무개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고 맹공했다.

그로부터 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5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다스는 이명박 소유’라고 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최태민의 딸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제어하지 못한 이유 등으로 징역 25년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두 사람의 ‘폭로전’은 10년 후 두 전직 대통령의 운명을 예견한 ‘불행한 점괘’가 됐다.

경북 경주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 본사.

◇2007년 대선 경선 계기로 불거진 '다스 논란'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2007년 대선 때는 BBK 주가조작 의혹과 함께 처음 불거졌다. 이 전 대통령이 투자자문회사인 BBK 대표 김경준씨와 함께 30억원씩을 투자해 LKe뱅크라는 회사를 만들었는데, 이 회사에 다스가 19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이후 김씨가 주가조작 등으로 회삿돈 384억원을 빼내 미국으로 달아났고, 이 과정에서 다스가 일반 투자자들보다 먼저 투자금 일부를 회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다스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에서 출발한다.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던 1985년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현대건설 등으로부터 15억여원에 이 땅을 사들였는데, 이 땅이 10년 뒤 17배 오른 가격에 포스코 등에 매각됐다. 이 땅을 판 자금의 일부가 이상은씨와 김재정씨 명의로 설립된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출자금으로 쓰인 것이다. 당시 현대차가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임직원들에게 부품회사 설립을 권했던 점, 도곡동 땅의 매각대금 일부가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점, 다스의 주 거래 업체가 현대차인 점 등으로 인해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점점 커졌다.

결국 검찰과 특검이 나서 4차례나 수사를 통해 검증했다. 그러나 이들 수사에서는 모두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났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와 경호시설을 짓기 위해 아들 시형씨 명의 등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부지의 모습. 9필지 788평으로 기존 주택을 허물고 추가 구입한 땅을 합쳐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2011년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목적으로 서울 ‘내곡동 땅’을 산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스는 다시 주목받았다. 땅을 구입할 때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12억원을 냈는데 이 돈이 어디서 났는지가 의혹으로 떠올랐다. 이듬해 특검 수사를 통해 6억원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주택담보대출로 마련했고, 나머지 6억원은 다스 회장이자 큰아버지인 이상은씨가 집안 장롱에 보관하고 있던 현금을 빌린 돈으로 밝혀졌다. 이 때도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의혹과 다스의 실질적인 주인이 이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포빌딩 지하실에서 나온 '무더기 증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다섯 번째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저희(검찰)는 다스가 법률적으로 누구의 것이냐를 확인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재수사 방침을 밝히면서 불이 붙었다. 이후 검찰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최근 고발한 다스 횡령 의혹 사건을 수사할 수사팀을 만들었다"며 이 전 대통령 관련 수사를 위한 전담팀을 꾸렸다. 당시 검찰에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다스 실소유주가 차명 계좌로 비자금 120억원을 조성했다'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BBK 의혹'을 수사한 정호영 특검이 다스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도 수사하지 않았다' 등의 여러 의혹이 고발됐다.

이후 검찰은 영포빌딩 등에서 다스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고,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로부터 자백을 받아내면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증거들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특히 다스의 김성우 전 사장, 권승호 전 전무, 부사장이었던 이동형씨 등으로부터 "다스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는 증언도 받아냈다. 결국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은 설립 자금을 대고, 직원 인사에 영향을 미쳤으며, 주기적으로 경영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김란희 디자이너

법원은 5일 이 전 대통령의 뇌물과 횡령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 맞는다"고 선고했다. 정계선 재판장은 ″다스의 미국 소송을 총괄한 김백준 등 관련자 모두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이외 사정들을 살펴볼 때 모두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법원은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도 이 전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 매각대금이 들어온 김재정씨 명의의 증권사 계좌와 이상은 회장 명의의 은행·증권사 계좌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관리한 게 이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이 지분을 가진 이상은 회장과의 상의 없이 해당 지분을 이시형씨에게 넘기려고 한 점, 이상은 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점, 이 전 대통령이 수시로 지시하거나 경영상황 등을 보고받은 점, 다스가 김경준씨를 상대로 미국에서 제기한 140억원의 투자금 반환 소송 비용을 삼성에서 지원받은 점 등도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로 지목된 이유들이다.

이날 판결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는 "이 전 대통령의 돈이라는 금융거래 내역 등 물증은 없이 다스의 전직 직원들의 진술만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을) 실소유주로 결론내렸다"면서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설립하는데 도움을 주고, 형이 경영하는데 자문해준 것을 갖고 실제 소유주라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진행될 상급심에서도 이런 증거들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