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으면 5000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수십만원짜리 미술품을 획득할 수 있다. 미술 전시장 한쪽에 놓인 인형뽑기 기계, 그 안에 미술품 18점이 들어 있다. 플라스틱 심장 모형에 각종 수퍼히어로 문양을 채색한 한국 조각가 김리현의 'Wishlist' 연작. 뽑기 기계와 뽑기 행위 역시 하나의 작품으로, 예술 작품의 선택과 구매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자체로 '아트페어'에 대한 은유가 된다. 작가는 "심장을 포함해 뭐든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소비 사회를 상징한다"며 "아트페어에 전시하는 게 너무 도발적이라며 만류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재밌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KIAF 부스에 등장한 미술품 뽑기 기계. 김리현의 ‘Wishlist’ 연작이다.

4일 개막한 국내 최대 미술장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문을 연다. 올해 처음 참가한 미국 데이비드 즈워너, 프랑스 페로탱 등 유명 해외 갤러리를 포함해 14개국 174곳이 참가해 작품 3000여 점을 선보인다. 독일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약 169억원) 등 초호화 작가뿐 아니라, 재기 넘치는 시도도 여럿 눈길을 붙잡는다. 조립식 건담 장난감 부품을 회화적으로 이어붙여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등의 명화를 패러디한 대만 작가 린준빈(林俊彬), 고무 재질의 소형 만화·게임 피규어를 녹이고 연결해 대형 조각과 그림으로 재현한 일본 아티스트 그룹 'three'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규모는 달라도 미술장터는 서울 곳곳에서 이어진다. '유니온 아트페어' '더 라이프 아트페어'가 이 기간에 개최되고, '아트마이닝―서울'이 10일까지, '연희동 아트페어'가 20~28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