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말 "나는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며 "멀지 않은 미래"에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 측과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의제와 장소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현실적 여건상 2차 미·북 정상회담은 11월 6일로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에나 개최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2차 정상회담 장소로 한국이나 미국이 아닌 유럽 등 제3국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마음을 바꿀 가능성은 다소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핵화와 관련한 사전 조율에 어떠한 진전 없이 무작정 회담을 개최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이번 4차 방북 성패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 간 순서와 방식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
지난 7~8월까지 미·북 간의 샅바 싸움은 북한의 '선(先) 종전 선언' 요구와 미국의 '선(先) 핵 리스트 신고' 요구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평양 선언에서 북한이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협상 양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핵 사찰'을 기정사실화하려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영변의 모든 핵시설을 미국과 IAEA 사찰단이 참관하는 가운데 영구 폐기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에 북한은 비핵화 대가를 '선 종전 선언+a'로 높이려 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일 '종전 선언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논평을 발표한 것도 그런 흐름 속에 있다. 이 논평에서 북한은 "미국의 이른바 조선 문제 전문가들 속에서 미국이 종전 선언에 응해주는 대가로 핵계획 신고와 검증은 물론 영변 핵시설 폐기나 미사일 시설 폐기 등을 받아내야 한다는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궤변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논평은 "우리가 실질적이고도 중대한 조치들을 계속 취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대조선 제재 압박 강화를 염불처럼 외우면서 제재로 그 누구를 굴복시키려 한다"고 했다. 이들 두고 북한이 '종전 선언+제재 해제'로 목표를 확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북 제재 해제 논의가 '시기상조'란 의견이 여전히 주를 이뤘다.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제재 완화 혹은 관련 논의가 있으려면 북한이 먼저 고농축우라늄과 플라토늄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말하는 '비핵화'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숫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북한이 약속과 달리 핵무기 숫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을 긍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겠느냐"고 했다.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도 "(제재 해제가 이뤄지려면) 북한이 핵탄두와 고농축우라늄을 포함한 핵 물질을 감축하고 핵 관련 생산시설을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닉시 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11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며 "(풍계리 핵실험장이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등) 불필요한 시설을 폐기한 것이 제재 해제의 조건이 될 수는 없다"고도 했다.
한편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이 방송에 "북한이 영변 시설을 해체하기 전에 실제 현장에 있던 시설에 관한 완전한 신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핵무기를 제조한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 영변 이외의 (우라늄 농축) 장소는 없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기에 실질적인 핵 해체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농축우라늄, 플루토늄, 핵무기 반출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