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수지 태양광발전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사업에 지원한 사회적협동조합에 대출을 해주라고 NH농협은행·신한은행 등 시중은행 2곳에 요구했다는 의혹이 2일 제기됐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실이 금융 당국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 사업 추진 자금을 은행에서 100% 조달토록 계획했다. 사업비의 90%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끼고 은행이 대출해주고 나머지 10%는 은행이 대출 심사 결과와 관계없이 무조건 대출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협동조합은 자기 자금이나 담보 하나 없이 은행을 통해 사업 자금을 100% 조달할 수 있다.

보증 능력 없어도 태양광 대출이면 'OK' - 정부가 '저수지 태양광 발전 사업'에 지원한 협동조합에 대출 혜택을 주라고 시중은행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6월 경기 안성 금광저수지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지 의원실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와 같은 방식의 대출을 농협·신한은행 등 2곳에 요구했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심사 결과와 관계 없이 대출 지원을 한다는 것은 규정에 위배돼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내부 검토 의견에 따라 이를 거부했다. 다만 '보증서 100%를 발급하는 재원을 출연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신한은행은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에 기재부는 농협 측에 "왜 농협만 대출이 안 된다고 하느냐. 다른 은행은 협조하기로 했다"며 압력을 행사했다고 지 의원 측은 주장했다. 사실이면 시중은행에 대한 정부의 외압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저수지 태양광발전 사업은 한국농어촌공사 소유인 저수지를 마을 협동조합에 임대하고 수면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3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발표된 뒤 본격 추진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저수지 태양광발전 사업과 관련해 산업부, 에너지공단, 신용보증기금, 농어촌공사 등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경남 거창군청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기재부 관계자는 농협 등 금융기관이 정책 자금을 지원하고, 신보는 보증을, 농어촌공사는 부지 임대 등을 지원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올해 경남 거창, 창녕, 강원 춘천, 전남 화순, 여수 등 5개소 시범 사업을 거쳐 2022년까지 태양광발전소 500곳 설치를 목표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했다.

문제는 기재부가 아무런 자금력이 없는 사회적협동조합의 태양광 사업 자금을 시중은행에서 100% 조달하려고 한 부분이다. 신보는 사업 자금의 90%를 보증해주기로 기재부와 협의했다. 나머지 10% 자금에 대해 기재부는 농협·신한은행에 '조건 없는 무보증 대출'을 요구했다. 이럴 경우 협동조합이 자기 자본은 한 푼도 들이지 않은 채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특혜를 받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농협은 내부 검토 결과 '여신 규정에 위배될뿐더러 사회적 경제 관련 동시다발적 금융 지원 요구가 들어오면 대응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해 거절 의사를 밝혔다. 기재부는 또 농협에 10% '조건 없는' 대출을 요청하면서 '양도 담보 취득 후 보증의 30%를 회수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농협은 이 조건도 기재부 측에 수용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농협은 기재부의 제안을 검토하면서 내부 보고서에서 '(기재부 요구를) 거절하면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에 비협조적이라는 인식이 우려된다'고 했다.

신한은행은 '협동조합을 기업으로 볼 것인지 개인으로 볼 것인지 대출 기준이 확실하지 않다'며 추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기재부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지상욱 의원 측은 "기재부가 '산업은행 정책자금 우선 지원' 등을 신한은행에 반대급부로 제시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 의원은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 협동조합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묻지 마'식 지원은 특정 세력을 위한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 우려가 있다.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고 했다.

농협과 신보는 "기재부에서 압박을 받은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보증서를 받아오는 경우 심사에 관계 없이 대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기재부가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다"면서 "농협은 대출을 할 때 규정에 따라 심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기재부도 이를 수용해 심사 후 대출을 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신보도 "작년 9월 마련한 에너지 신산업 분야 중소기업 지원 제도에 따라 보증을 하는 것일 뿐 기재부와는 무관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