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검찰이 2일 4000억 원대 횡령·배임과 임대주택 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73억원을 구형(求刑)했다.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오던 이 회장은 양복 차림에 지팡이를 짚고 법정에 나왔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순형)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결심 공판에서 "최근 수년 사이에 유례없는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고, 다수의 서민에 막대한 고통을 안긴 사건"이라며 재판부에 이같이 요청했다.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부영그룹 임원 9명에게는 각각 2∼7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부영 계열사인 주식회사 부영주택에는 21억7천만원, 동광주택에는 1억7천만원의 벌금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회장을 정점으로 한 부영그룹은 명백한 법률과 판례를 무시하고 임대주택에 거주하길 원하는 서민의 주머니를 털었다"면서 "단순히 이 회장 개인에 대한 단죄를 넘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고 사적 이익만 추구하면 어떤 책임을 지는지 보여주는 시금석이 되도록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4300억원에 달하는 횡령·배임 혐의와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 회장은 부영주택 등 부영그룹 계열사들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에 공공 임대주택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건설 원가를 부풀려 1조원가량의 부당이익을 챙기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2004년 계열사 자금으로 차명주식 240만주(시가 1450억원 상당)를 취득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중 회사에 피해를 변제하겠다고 재판부를 속여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후 그는 해당 주식을 본인 명의로 전환하고 개인 세금을 납부한 혐의도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7일 검찰에 구속됐다. 이후 같은달 22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건강상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다. 두 달여 만인 7월 16일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석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