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난 재판에도 안 나왔잖아!"

A변호사는 귀를 의심했다. 소송대리인 이름을 묻는 판사에게 이름을 대자, 판사가 대뜸 반말로 소리를 지른 것이다. 이 판사는 소송 취지를 좀 더 명확히 하고 싶다는 그에게 "지금 재판이 장난입니까"라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지난해 법관 평가에서 접수된 사례들에도 이른바 '막말 판사'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성 변호사에게 "나는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 거 싫어한다"고 하거나, '이혼하고 싶다'는 일흔 넘은 원고에게 "(집 나와) 그렇게 사니 행복하십니까"라고 모욕을 준 사례도 보고됐다.

막말이 아니더라도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드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재판 진행으로 원성을 산 판사들도 있었다.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의 질문은 제지하지 않으면서 상대방 변호사의 말을 자르거나, 무죄 주장을 하는 변호인에게 "의뢰인에게 보여 주느라 그러는 거냐"고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사례들이 그랬다. 이찬희 회장은 "하위 법관은 거의 단골손님"이라고 했다. 하위 법관으로 선정되고도 지적받은 내용을 고치지 않아 또다시 하위 법관으로 뽑히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모범 사례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6년간 계속되던 복잡한 사건을 여름휴가까지 반납하고 쟁점 정리를 한 판사, 세 시간 넘는 증인신문도 꼼꼼하게 다 들어주는 판사, 들것에 실려 재판에 참석한 피고인에게 직접 법대에서 내려와 '몸이 불편하면 언제든 재판을 중단하고 병원에 가도 된다'고 한 판사들은 소송 결과를 떠나 변호인들에게 감동을 줬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판사 개인의 인성이 아니라 심판의 공정성을 평가하는 것이어서 사법부 신뢰 회복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