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방송이 중국인을 비하하는 풍자 코미디쇼를 방영해 중국에서 이케아와 H&M, 볼보 등 스웨덴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고 있다. 이달 초 스웨덴의 한 호텔에서 중국인 관광객 가족이 쫓겨나는 영상이 방송 소재로 쓰인 건데, 일각에선 묵혀둔 양국 간 갈등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드러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8년 9월 21일 스웨덴 방송 SVT에서 방영된 시사 풍자 프로그램 ‘스웨덴 뉴스’의 한 장면. 여성 진행자 왼편에 중국식 모자를 쓴 사람이 쪼그려 앉아 볼 일을 보며 식사를 하고 있는 삽화가 띄워져 있다.

논란은 이달 초 스웨덴의 한 호텔에서 중국인 관광객 가족이 현지 경찰의 손에 이끌려 쫓겨나는 영상이 온라인으로 퍼지면서 시작됐다. 스톡홀름에 있는 제너레이터 호스텔을 방문한 정(曾)씨 가족은 지난 2일(현지 시각) 오후 2시 숙소 예약을 해뒀지만, 전날 밤 일찍 도착해 체크인 시간까지 로비에 머무르겠다고 요청하다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인 가족이 요청을 거부한 직원에 반발하자 호텔 측이 경찰관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속 경찰들은 한 남성을 끌어내고 있고, 보도에 주저앉은 한 여성은 중국어로 "도와달라"며 절규했다. 또 다른 남성은 "이건 살인이야!"라고 외쳤다.

9월 초 논란이 된 중국인 관광객 가족의 영상 중 일부. 이들 가족은 스웨덴의 한 호텔에서 현지 경찰에 의해 쫓겨났다.

문제가 된 스웨덴 코미디쇼에서도 이 일을 문제 삼았다. 스웨덴 국영방송 SVT는 지난 21일 시사 풍자 프로그램 ‘스웨덴 뉴스’에서 중국 관광객을 희화화하는 10분짜리 풍자 영상을 내보냈다. 영상 속 여성이 절규하며 외친 중국어 발음이 ‘킬 미 나우(지금 날 죽여라)’라는 영어 발음과 비슷하다며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는 식이다. ‘스웨덴 뉴스’는 미국 유명 코미디쇼 ‘SNL’의 정치·시사 풍자 코너로 유명한 ‘위켄드 업데이트’와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이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해당 영상 끄트머리에 등장한 한 여성 진행자의 발언이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이 스웨덴에서) 문화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이 있다"며 ‘역사적 건물 바깥에서 대변을 보면 안 된다’ ‘누군가 강아지와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방금 산 점심 식사 거리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라고 말한다. 일부 아시아인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과 한 중국 관광객이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대변을 봤다는 오래전 보도를 인용해 비꼰 것이다.

이에 중국 외교부와 스웨덴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인종차별적인 방송이라 비난하며 해당 방송국에 사과를 요구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해당 방송은) 중국과 중국인을 향한 모욕이자 악의적 공격"이라며 "중국에 대한 편견과 질시, 도발로 가득 차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번지자 SVT 측은 "모욕적이었다는 걸 인정한다"며 사과했다.

유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웨덴 기업 제품 불매 운동이 퍼지고 있다. 팔로워 850만명을 거느린 류천 저널리즘 교수를 비롯해 수많은 웨이보 사용자가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와 패션 체인 ‘H&M’, 중국 업체가 인수했지만 스웨덴에서 설립된 자동차 회사 ‘볼보’ 등의 제품 구매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만리방화벽’이라 불리는 인터넷 차단벽을 뚫고 페이스북에 접속해 중국 주재 스웨덴 대사관과 SVT 페이지에 중국 네티즌이 항의 글을 남기는 일도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 갈등이 단순한 감정적 싸움이 아니라, 평소 좋지 않았던 양국 간 관계가 분출된 것이라는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소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중국계 스웨덴 출판인 귀 민하이가 베이징으로 가는 열차에서 당국에 의해 체포된 일이 스웨덴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에서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책을 펴낸 적 있는 그는 국가 기밀을 넘겼다는 죄를 뒤집어썼다.

중국계 스웨덴 출판인 귀 민하이(오른쪽)의 모습. 그의 석방 문제는 중국과 스웨덴 간 지속적인 논쟁거리였다.

중국 입장에선 최근 달라이 라마 14세의 스웨덴 방문이 눈엣가시로 여겨졌을 수 있단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티베트 독립을 추진하려는 분리주의자로 보고 있어, 과거부터 그를 초청하는 국가들에 엄중한 조치를 취해왔다. 이에 관해 중국 국영 언론은 이번 갈등이 달라이 라마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