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공급사슬의 핵심지위가 흔들리는 중국이 11월부터 1585개 품목의 수입관세를 내리고, 법인세 원천징수를 면제해주는 외국인투자기업의 재투자 대상을 ‘권장 사업’에서 ‘금지대상이 아닌 모든 영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의 개방성을 부각시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탈(脫)중국 조짐을 보이는 외자기업과 민영기업을 붙잡아 두기 위해 사업환경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망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주재로 26일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는 11월 1일부터 공정기계와 계측기 등 기계 전기설비 평균 관세율을 12.2%에서 8.8%로, 방직품과 건자재 등 상품의 평균 관세율을 11.5%에서 8.4%로, 종이제품 등 일부 자원성 상품과 초급 가공품 평균 관세율을 6.6%에서 5.4%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1585개 품목이 대상으로 국무원은 기업비용을 덜고, 군중의 다양화된 소비 수요 충족과 산업고도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 7월 1일부터 자동차 및 관련 부품 관세율 인하와 별도로 화장품 등 1449개 소비재 품목의 평균 관세율을 15.7%에서 6.9%로 낮춘 바 있다. 11월부터 관세 인하가 적용되는 대상은 중간재에 해당하는 품목이 적지 않다. 중국에 글로벌 공급사슬의 핵심기지를 구축해온 외자기업 등의 비용부담 감소를 위한 것이다.

국무원은 이번 조치를 포함 올들어 관세 인하조치로 기업과 소비자들의 세 부담 감소 규모가 600억위안(약 9조 78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전체 관세율이 지난해 9.8%에서 7.5%로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직전 수입관세율을 15.3%에서 2010년 1월 9.8%로 낮춰 가입 때 한 관세 인하 약속을 모두 이행했다.

중국이 공격적인 관세 인하에 나선 배경엔 미중 무역전쟁이 있다. 미국이 연간 250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110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수입상품에 맞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유럽 대만 등 외자계는 물론 중국 민영기업들도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만은 중국에서 돌아오는 기업에 세제 지원을 하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국무원 상무회의가 이날 외자기업이 중국 현지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재투자할 때 법인세 원천징수를 면제받는 재투자 대상을 정부가 지정한 권장투자 영역에서 투자금지 되지 않은 모든 영역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춰 자국의 25%를 밑돌게 돼 미국계 투자기업의 회귀 우려가 우려가 일자 작년말 외자기업의 재투자에 원천징수 면제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번에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이날 국무원 상무회의는 또 네거티브 리스트(투자금지 대상)가 아닌 경우 외자와 내자를 똑같이 관리해 조건에 부합하는 외자 프로젝트를 중국의 중대 건설프로젝트에 포함시키거나 관련 산업 규획에 넣기로 했다.

이를 통해 토지 사용이나 환경평가 절차를 가속화하고 물류비용을 낮춰 프로젝트가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제조 2025’ 등 미국 정부가 불공정 경쟁 수단으로 지목한 중국 정부 산업정책의 수혜 대상에 외자기업도 포함시키고 있다는 중국 당국의 반박과 맥을 같이 하는 조치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하는 중국은 개방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규제완화를 통한 대형 외자 프로젝트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7월 독일에서 5차 중국 독일 정부 협상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리 총리의 독일 방문기간 독일 바스프가 100억달러를 투자해 화학공장을 중국 광둥(廣東)성에 독자로 짓기로 발표한 것이나 미국의 엑손모빌이 단독으로 100억달러를 들여 석유화학 콤비나트와 액화천연가스(LNG)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최근 공개된 게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대규모 중화학 공장을 외자 독자로 짓는 것은 처음이다.

리 총리는 9월초 방중한 데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중국과 외국기업 모두에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경영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바스프의 광둥성 프로젝트를 두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중국의 개방은 말이 아니고 행동"이라고 평가했었다.

이날 국무원 상무회의는 11월1일부터 통관 때 필요한 서류를 86종에서 48종으로 줄이기로 했다. 10월말까지 각지의 세관은 수수료 목록을 공개해 목록에 있지 않은 수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국무원은 중국 경제의 평온하고 건강한 발전을 유지하고 내수확대와 개방확대를 지속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주도적인 개방전략을 시행함으로써 더욱 공평하고 예측가능한 외자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신규 설립된 외자기업은 4만 1331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102.7% 급증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투자한 외자는 865억달러로 6.1% 증가에 그쳐 쉽게 빠져나갈 수 있게 몸집을 가볍게 한 외자 투자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