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평양 시내로 향하는 거리에서 평양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일행을 환영하고 있다.

평양 주민들이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환영 행사를 위해 당일 새벽부터 동원됐다고 26일 대북 소식통들이 전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거리 행진 때 창가에서 손을 흔들었던 아파트 주민들도 일반 시민이 아닌 사복을 입은 보위요원들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행사에 참여한 일부 평양 주민이 ‘행사에 동원되는 바람에 당일 새벽 1시부터 행사가 끝난 정오까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대기했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당일 오전 평양 버드나무 거리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무개차를 타고 3대혁명전시관영생탑여명거리금수산태양궁전숙소인 백화원 영빈관까지 5㎞가량을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꽃과 인공기, 한반도기를 흔드는 평양 주민 10만여 명의 환영을 받았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환영 행사에 동원된 주민들은 18일 새벽 1시에 일어나 환영 장소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벽 시간에 버스가 다니지 않아 대부분은 2~3시간가량 걸어서 갔다고 한다. 행사장 인근에 도착한 뒤에는 단체별 인원 점검을 하고 신분증 대조와 보안 검사를 마친 후 할당된 도로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위치를 지정받은 평양 주민들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행렬이 지나갈 때까지 대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3시간 넘게 그 자리에서 서서 리허설을 했다고 한다. 한 주민은 "김정은이 참석하는 ‘1호 행사’여서 꽃다발과 깃발 외에는 물병도 가져갈 수 없었다.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실 수 없어 힘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환영 행사 5시간 전에 여명거리 아파트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보위요원과 인민반장에게 열쇠를 넘겨주고 집을 나간 것으로 안다"며 "보위요원들이 집에 들어가 주민 행세를 했다"고 전했다. 또 북한 당국은 문 대통령이 관람한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에 참석한 학생들을 공연 전날부터 집에 보내지 않고 현장에서 재운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체조 훈련생들은 문 대통령 평양 방문에 맞춰 체조 내용을 변경하고 장기간 연습을 했다고 한다.

한편 평양 주민들은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기 일주일 전부터 아파트 외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주변 도로를 물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문 대통령 방문 기간 중 평양 거리에 청소원들을 배치해 수시로 휴지를 줍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