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 지명자로부터 과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두 번째 여성이 등장해 캐버노 성추문 의혹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의혹이 더해지면서 캐버노 지명자의 인준이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23일(현지 시각) 캐버노가 예일대 1학년 시절(1983년)의 기숙사 파티에서 같은 학교 동급생 데버러 라미레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의혹에 대해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요커에 따르면 기숙사 파티에 초대된 라미레스는 음주벌칙 게임을 하다 술에 취했고, 라미레스에게 남학생 3명이 다가와 그중 한 명이 바지에서 민감한 부위를 꺼내 얼굴 쪽으로 들이밀었다. 라미레스는 이를 밀쳐내며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남학생은 이를 무시했고, 이 과정에서 '접촉'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함께 있던 학생이 (민감한 부위를 꺼낸 학생을) '브렛 캐버노'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 이름을 정확히 알게 됐다는 게 라미레스의 주장이다. 라미레스는 기억의 공백이 있어 처음에는 밝히길 꺼렸지만, 변호사와 상의해 알리기로 결정했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라미레스는 예일대 졸업 후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에서 수년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렛 캐버노(왼쪽) 미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24일 아내 애슐리와 함께 폭스뉴스에 출연해 자신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캐버노는 "그야말로 중상모략"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심리학 교수 크리스틴 포드가 "캐버노가 고교 시절 나를 성폭행하려 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실명으로 폭로했고, 캐버노는 "완전한 무고"라고 부인했다.

캐버노는 2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 아내 애슐리와 동반 출연해 "나는 누구도 성폭행한 적이 없다"며 결백을 강조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나 그 후 다년간 성관계 비슷한 것도 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진행자가 '(성폭행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그 시절 당신은 총각이었나'라는 질문까지 하자 캐버노는 "맞는다. 그로부터 몇 해 뒤까지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했다.

美의사당서 인준 반대 시위 - 2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의사당 내 ‘하트(Hart) 빌딩’에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브렛 캐버노 연방 대법관의 인준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포드 박사를 믿는다’‘여성을 믿는다’ 등의 글귀가 적힌 종이를 들고 행진했다. 이날 시위에는 수백명이 동참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일주일 만에 새로운 성추문 의혹이 불거지면서 캐버노 인준이 불투명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첫 성추문을 폭로했던 여성 포드는 27일 상원에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포드와 라미레스는 캐버노의 성추문 의혹에 대해 FBI(연방 수사국)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상원 법사위 소속인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은 인준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룸버그는 "공화당이 캐버노 인준을 밀어붙일 경우 정치적 독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세 번째 피해 주장 여성의 등장이 임박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마이클 아베나티 변호사는 24일 "캐버노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세 번째 여성이 연락해와 금주 안에 폭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